“널 있는 그대로 사랑해.”
그런 말을, 연인에게 들어본 적이 있던가.
“너는 너무 예민해.”
“너는 너무 감정적이야.”
“너는 너무 극단적이야.”
하나같이 가슴에 박히는 말들이었다.
처음엔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그다음엔 ‘이게 나인데 어쩔 거냐’고 항변했고,
끝내는 울면서 외쳤다.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줘.”
애인에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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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그와 뮤지컬 한 편을 보고 나왔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내가 오래도록 좋아하던 작품이
십 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날이었다.
그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나는 공연 내내 그의 반응을 살폈다.
사실, 정작 공연엔 집중하지 못했다.
그는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근처 공원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나는 기대했다.
나란히 걸으며, 감상을 나누는 순간을.
“나는 결국, 어른들이 모리츠를 죽였다고 생각해.
모리츠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단 한 명만, 단 한 명의 어른만 손을 내밀어줬다면
모리츠는 죽지 않았을 거야.”
그는 걸음을 멈췄고,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았다.
“그건 그냥 걔의 선택이지.
어른들이 죽인 거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언니는 그게 문제야.
늘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잖아.”
눈물이 났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그와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가 절절히 실감 나서.
고작 이런 것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서.
아니, 그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각이 가장 참기 어려웠다.
그날의 데이트는 거기서 끝이었다.
나는 울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는 나를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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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지금의 내 애인, 송이 그런 말을 했다.
understand와 get it은 다르다고.
“무슨 차이야?”
물었더니,
“머리로 하는 이해와
마음으로 하는 이해의 차이.”
라고 답했다.
“어렵네.”
“어렵지. 근데, 상대를 존중하면 가능해.”
“그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전에,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게 먼저야.
그래야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어.”
나는 송이 살아온 삶이,
그 깊이가 죄다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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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송과 노래방을 갔다.
‘서울의 밤’을 멋들어지게 부른 송은
다음 곡으로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을 골랐다.
When I see your face
네 얼굴을 볼 때면
There’s not a thing that I would change
바꾸고 싶은 건 단 하나도 없어
Cause you’re amazing
넌 정말 멋지니까
Just the way you are
그대로의 네 모습이
(중략)
I’d never ask you to change
난 네가 변하길 원치 않아
If perfect’s what you’re searching for
네가 찾는 게 완벽이라면
Then just stay the same
그냥 그대로 있어줘
송은 내 눈을 바라보며 불렀다.
아니, 내 영혼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나인 채로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
그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해 주는 사랑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는 송을 빈틈없이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