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말했다.
“나에겐 home home이 없어.”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소파 끝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등을 구부린 채, 소매 끝을 천천히 만지작거렸다.
돌아갈 집이,
진짜 집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안쪽이 조용히 꺼졌다.
무언가가 꺼지고,
다른 무언가가 조용히 켜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 아이에게 그런 집이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어느 날, 송이 또 말했다.
“My heart feels like being in the right place when I am with you.”
나랑 있을 때,
마음이 제자리에 놓인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Right place.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자리.
나는 생각했다.
내가 송의 ‘home home’이자 ‘right place’가 될 자격이 있을까.
그리고 곧 다시 생각했다.
자격이라는 게, 사랑에 필요한 걸까.
사랑이 자격으로 되는 게 아니라면
나는 그저 송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
말없이도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이 덜 무서울 수 있도록.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
누군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아도 되는 밤이 있다는 것.
위로받고,
회복할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건 누구에게나 있으면서도,
어쩌면 어떤 이에게는
끝끝내 허락되지 않는 것.
당연한 것 같지만,
절대 당연하지 않은 것.
⸻
나는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송은 늘 짐을 반쯤 싼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걸.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어디에도 완전히 발붙이지 않는 마음.
그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익힌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화가 났다.
송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
그 아이를 외롭게 만든 풍경들.
울어도 되는 순간에조차
울지 못하게 만든 세상 전체에.
이토록 웃음이 많은 아이가,
이토록 사랑이 깊은 아이가,
이토록 빛나는 아이가
왜, 어디서든
조용히 울어야만 했던 걸까.
나는 그 이유를,
끝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 아이의 말 없는 마음을 조용히 들어주는 일.
눈물 많은 밤을, 말없이 안아주는 일.
그리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일.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 ‘전부’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
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송에게 나는 정말
집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 질문도 없이,
아무 조건도 없이,
그녀를 맞아줄 수 있는 사람.
지친 날,
그저 등을 기대고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
울다가 지쳐 잠들어도 괜찮은 곳.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곳.
그녀가 언젠가 돌아올 때
현관 불을 켜둔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따뜻한 공기로 먼저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집.
그런 집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내 마음 한구석에
작은 불을 켜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