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족발을 먹고 있을 때였다.
손끝에 묻은 양념을 티슈로 닦아내던 그때,
송이 불쑥 물었다.
“자기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입안 가득 고기를 넣은 채
“너.” 하고 대답했다.
입에 든 걸 씹으며, 슬쩍 눈치를 봤다.
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장난인 걸 알면서도,
어딘가 진지한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잠시 뒤, 그녀는 영어로 물었다.
송은 마음이 진지해질 때면, 꼭 영어로 말하곤 한다.
“Okay, seriously. What do you think love is?”
나는 콜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훨씬 깊게 들어왔다.
“무슨 그런 철학적인 질문을…
족발 먹다가 해.”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 순간 마음속이 조용해졌다.
사랑이 뭐냐는 질문은
언제나 나를 멈춰 세운다.
가장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던 감정.
가장 많이 다치고도,
가장 쉽게 다시 시작해 버리는 것.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목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I think… love is…”
그때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 하나가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도박이었다.
“Love is… a kind of gambling.”
송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결과를 알 수 없는데도,
나를 던져 넣는 거니까.”
사랑은 나에게
언제나 ‘그럼에도’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미 다쳐본 마음인데도,
또 한 번 조심스레 내미는 것.
끝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을 믿고,
한 발 내딛는 것.
나는 그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조심스레 송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숨을 고르는 듯, 턱이 아주 살짝 들렸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그럼 자기한테 사랑은 뭐야?”
송은 곧장 대답했다.
주저함도, 계산도 없이.
“그 사람의 전부를 사랑하는 거.”
“전부를?”
“응. 과거도, 현재도.
좋은 점도, 못난 점도.
그 사람 자체를.”
나는 짧게 웃었다.
“그건… 불가능하지 않아?”
송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대답보다 먼저, 고요한 확신이 느껴졌다.
“아냐. 가능해.”
“그럼 자기는… 나의 전부를 사랑해?”
“당연하지.”
그 말에,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전부’를 사랑한다는 말은
낭만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말이다.
내 안에는
사랑받고 싶은 나도 있고,
숨기고 싶은 나도 있다.
‘전부’를 안다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전부를 안다고 말하는 애.
그리고 그런 애에게
모든 걸 던져버린 나.
—
그날 밤,
송은 브라질 음악을 틀었다.
가볍고 경쾌한 리듬이
방 안을 천천히 감싸기 시작했다.
기타 선율은 바람처럼 미끄러졌고,
리듬은 몸을 가만두지 않는 무언가였다.
송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 마음을 보여줄게.”
그리고는,
익숙하지 않은 박자에 몸을 맡겼다.
양팔을 둥글게 흔들고,
허리를 꺾고,
고개를 흔들며
제멋대로 추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박자는 계속 어긋났고,
손동작은 엉성했지만,
그 진심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는 배를 잡고 웃었고,
그렇게 웃다가 문득
이게 사랑일까 싶었다.
완벽하지 않은 순간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 하나에
다시 뛰어들고 싶어지는 순간.
—
결말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도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