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에세이> 오고 있나요, 당신

by 박에녹



요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다.


목소리가 참 예쁘다.

느릿한데 또렷하고, 나른한데 따뜻하다.

말을 천천히 골라 하는 편인데,

가끔은 엉뚱하게 웃긴 말을 툭 던지기도 한다.

그럴 땐 괜히 귀여워 보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언니의 목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 목소리를 자꾸만, 자꾸만 듣고 싶다.


그리고, 자꾸만 궁금해진다.

언니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언제 웃고, 무엇에 아플까.

그리고, 나는 언니에게 어떤 사람일까.


요즘 나는 언니가 추천해 준 노래만 듣는다.

전부 사랑에 관한 노래들이다.

멜로디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좋다.


서로가 서로여야 하는 이유들로
저 하늘을 수놓을까요


우리 오늘 조금 더 같이 있자,
오늘이 내일이 될 때까지


영원히 너와 헤맬 수 있다면


이런 노래들을 들으며

나는 언니가 사랑에 대해 말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서로가 있어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이야기.

같이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더 오래 껴안고 싶다는 마음.

헤맴마저도 함께라면 괜찮다는 믿음.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랑을

언니와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언니가 말했다.

이병률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가장 좋아한다고.


나는 곧장 책을 샀고,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었다.


그리고 매 페이지 아래,

짧은 문장을 적었다.


너에게서 줄을 그어 나에게 잇다가,
더 이을 곳을 찾다가,
별자리가 수놓아지는 밤. 그런 밤.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 자신을
매번 염려할 것이다.


자다가도 몇 번이나 당신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몇 번이나 당신을 생각해야 이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요.


네가 아득한 날에는, 내가 막막한 날에는
막막히 불을 질러본다.


그래서, 그리하여, 그럼에도 따위의 말들을 앞세운
추신들이 모두 당신에게 귀결될 수 있기를.


너 사라지지 말고 거기에 있어 주기를.


시집을 다 읽고,

나는 언니에게 짧은 편지를 한 장 썼다.



언니에게.


이 시집을 추천해 줘서 고마워.

언니가 보내준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시를 읽었어.

읽는 내내 언니를 많이 생각했어.


사랑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있더라.

그리고 그런 문장들을 읽을수록

나는 자꾸 언니를 떠올리게 돼.


궁금해졌어.

우리가 겨우 ‘우리’가 아닐 수 있을까.

물가에 나란히 앉아 해가 지는 걸 보다가,

어느 날엔 함께 작은 배에 오르게 될까.

자꾸만 그런 것들을 상상하게 돼.


그리고 생각했어.

언니가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는 날엔,

언니 생각에 새벽에 벌떡 일어나게 되는 밤엔

그냥 무작정,

“있지”로 시작해서

“좋아해”라고 말해야겠다고.


밤마다 언니와 나 사이를 잇다 보면,

밤하늘에 별자리를 수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야.


오고 있나요, 당신.

부디, 얼른 와서

내 팔목에 굵은 실을 매어주세요.


2025년 1월의 마지막 날,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