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에세이> 기도

by 박에녹



요즘 교회를 나가고 있다.

15년 만이다.


이 문장을 쓰는 것부터가

조금 망설여졌다.

누군가에게는 변절처럼,

누군가에게는 위선처럼 보일까 봐.


엄마가 새로운 교회에 혼자 가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예배를 드리고 나면 오리불고기를

사주겠다고 해서 따라나선 거였다.


시작은 그랬다.


시골의 작은 교회였다.

예배당의 공기는 따뜻했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열댓 명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비교적 젊은 목사님의 설교는

명료하고 깔끔했다.


예배가 끝나자

사람들은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엄마와 나를 에워싸고

이것저것 물어왔다.


예배를 마치고

엄마와 교외로 나가

오리불고기를 먹고

카페에도 갔다.


일요일은 유일하게 쉬는 날이지만,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것보다

엄마와 이런 식의 데이트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일요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당분간만이야. 교회 가는 거.”


잔뜩 신이 난 엄마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 ‘당분간’이

얼마나 될지는 정해두지 않았다.



나는 엄마의 오랜 기도였다.

내가 다시 교회에 나가는 것.


요즘 엄마는

내 방문 앞에 서서

작게 기도한다.


에녹이가

담배를 끊게 해달라고.


안 들릴 거라 생각하는 건지,

너무 잘 들리는데도

그런 엄마가 귀여워서

그냥 둔다.


이제는 아빠까지

셋이 함께 교회에 간다.


우리는 늘

뒤에서 두 번째,

가운데 긴 나무 의자에 앉는다.


누군가 일부러 비워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지정석이 되었다.


의자에 앉으면

엄마 아빠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그런데,

할 말이 없다.


첫 번째 날에는

“저 왔어요.”라고 했고,

두 번째 날에는

“저 또 왔어요.”라고 했다.


그 이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릴 적 교회에서는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어떤 기도도 하나님께 닿지 않는다고 배웠다.


나는 죄를 지었다.

명백히 죄인이다.


그런데도 회개할 수 없다.


동성애가 죄가 아닐 수 있을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여자를 좋아하는 죄를 회개한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남자를 좋아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걸까.


이것이 내가

15년간 교회를 떠난 이유였다.


죄인은 신 앞에 설 수 없다고 믿었고,

어차피 어떤 기도도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천국은 내 것이 아닐 거라고 여겼다.


내 절친한 친구 림과 연은

나와 같은 모태신앙이자

레즈비언이다.


림은 목사님 딸이기도 하다.


“기독레즈들, 천국 입구에서 컷 당하면 어떡해?”


내가 묻자

림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요.

저 친딸이에요.”


“레즈들 지옥에서 단체 정모한다는 게

학계 정설 아니었어?”


“그럴 리가요.

저 천국 입주 대기표 받았어요.”


림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번에는 연에게 물었다.


“연아, 넌 천국 갈 수 있을 것 같아?”


“못 가지.”


“왜?”


“난 레즈니까. 죄인이니까.”


“회개할 생각 있어?”


“없어.”


“그럼 무슨 기도 해?”


“안 해.”


“그럼 교회는 왜 나가?”


“가족의 평화를 위해.”



림과 연이 믿는 신은

서로 다른 신 같았다.


림의 신은 자애롭고,

연의 신은 벌한다.


그렇다면 내가 믿는 신은

어떤 신일까.


나는 아직

어떤 신을 믿겠다고

선택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예배 시간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고개를 숙인다.


다만,

그것이 기도를 하기 위함인지

그저 눈을 감고 싶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매주 같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언젠가는

기도가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