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에세이> 겨울이 길었던 이유

by 박에녹



그 애는 겨울이면 유난히 나를 더 챙겼다.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가 주었고,

점퍼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려 주었고,

자기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꼼꼼히 둘러주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챙기듯.

나는 그게 좋아서,

그 애가 내 옷깃을 여미는 동안

얌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끌어

자기 외투 주머니에 함께 넣고 꼭 잡았다.

그렇게 걸으면,

잡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금세 따뜻해졌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탔고,

조금 덜렁댔다.


그 애와 사랑하는 동안은

그랬다.


그 애랑 걷다 보면

신발끈이 자꾸만 풀렸다.

그럴 때마다

먼저 발견하는 것도,

망설임 없이 한쪽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묶어주는 것도,

늘 그 애였다.


자기 코트 자락이

바닥에 쓸리는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앞에 무릎 꿇고

신발끈을 묶고 있는 그 애를 내려다보면

괜히 민망하고 미안해져,

나는 그 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곤 했다.



그 과정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어서였을까.

그 애와 보낸 계절들 중

겨울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건.


네 번의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였을까.


겨울이 되면

그 애의 손길이 그리운 건.



그 애가 내 곁에 없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은,

내가 추위를 그리 많이 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외투 지퍼는 좀처럼 잠그지 않는다.

어쩌다 지퍼를 올리려다 말면,

큰 키의 그 애가 허리를 숙여

지퍼를 올려주던 모습이,

어딜 더 여며야 할지

부지런히 살피던 얼굴이

불쑥 떠오른다.


그렇게 자주 풀리던 신발끈도

이젠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겨울이다.


그 애는 요즘,

신발끈이 잘 풀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 연인을

만나고 있을까.


내게 했듯이

단추를 채워주고,

목도리를 둘러주고,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을까.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를 잠깐이라도

떠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