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에세이> 이젠 다시 사랑 안 해

by 박에녹



“나 이제 연애 안 할 거야.”


나의 비장한 선언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콧방귀를 뀌었다.


“풉. 네가?”


“냅둬.

박에녹 쟤 봄바람 불면 또 몰라.”


“아니거든!

나 진지해. 진짜 안 해.”


“진짜?”


“안 해 안 해 안 해 안 해 안 해

안 한다고!”


의심 가득한 눈빛들에

괜히 더 큰소리를 쳤다.


송과의 연애가 끝난 지는

세 달쯤 지났다.


나는 누군가의 집이 되어 줄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구원자가 될 수도 없고,

구원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더 이상 송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연애란 대체 뭘까.


정현종 시인이 그랬다.


사람 하나가

내 인생으로 들어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는 거라고.


나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연애 안 한다.



주구장창 사랑 얘기만 쓰는 나에게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작가 지은심이


나의 절필 선언이나 다름없는

연애 포기 선언에

질문을 던져왔다.


“사랑 안 하면

그럼 뭐 할 건데?”


순간 반발심이

삐죽 올라왔다.


내가 뭐

사랑만 하는 사람인가.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닌 게

내 인생이 거의

사랑의 역사 아니었는가.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지금은 커리어에

집중할 때야.”


뭐라도 대답을 해야 하니

내놓은 말이었으나

꽤 그럴듯한 대답이었다.


마치 사랑 같은 건

이미 졸업한

어른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러나 지은심은

어딘가 석연치 않은 얼굴로

되물었다.


“무슨 커리어?”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나는 나의 휘황찬란한

사업 계획을

한참 늘어놓았다.


팝업 스토어가 어떻고

브랜드가 어떻고

앞으로의 비전이 어떻고.


가만히 듣고 있던

지은심이


마지막에 물었다.


“그래서 이제

뭘 쓸 건데?”


그 질문에 나는

잠깐 멈췄다.


… 그러게.


연애도 안 할 건데

나는 이제


뭘 쓰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쓸 수가 없었다.


사랑이

내 글쓰기의 영감이자

원동력이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됐다.


지나간 사랑 이야기는

이미 다 떠든 것 같은데.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은

지금의 나는

앞으로 무엇에 대해

쓸 수 있을까.


다른 이야기를 쓰기에

아직 나는


사랑에 대해서만

떠들고 싶은 것 같다.


… 봄바람이 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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