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들 사이에서 내 마음도 덜컥덜컥 흔들리던 봄이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었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푹 빠져들고 있었다. 은봄을 만나러 가는 날, 프리지아 꽃다발을 안고 고속버스에 올랐다. 가수 이상우는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부터 가슴이 뛴다고 노래했지만, 나는 175킬로미터 전부터 뛰기 시작해서, 서울로 가는 내내 한숨도 못 잤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은봄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멀리서 봐도… 너무, 너무, 심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놀라서 그만 기둥 뒤로 숨고 말았다. 왜 숨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숨었고, 이제 어떻게 나타나야 하나 싶어 얼굴만 슬쩍 내밀었는데 그 타이밍에 은봄과 눈이 마주쳤다.
“언니! 언니 맞지?”
은봄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꽃다발을 등 뒤로 숨겼다.
“아, 안녕…?”
“반가워.“
내 키보다 한 뼘 큰 은봄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쿵쾅, 쿵쾅, 심장이 귀까지 뛰었다. 그 진동이 혹시 은봄에게도 전해질까 봐 겁이 났다. 우리는 꽤 오래, 그렇게 안고 있었다.
심장은 그 후로도 잠잠해지지 않았다. 마주 앉아 초밥을 앞에 두고서도, 나는 제대로 한 점도 먹지 못했다.
“맛이 없어?”
은봄이 물었다.
“속이 좀 안 좋은가 봐.”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마음이, 아니 심장이 문제였다.
그날 밤, 우리는 벚꽃 흩날리는 공원을 걸었다. 손을 잡고 한 바퀴, 또 한 바퀴. 손을 놓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나는 그 손을 잡고, 영원히 걷고 싶었다.
그녀의 향기에, 프리지아 향기에, 벚꽃 향기에,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의 향기에 완전히 취해버린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