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경기도가 아니라 우주

by 윤지영

나는 하늘을 바라보기 좋아한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곧 그곳으로 떠나야 해야 할 만큼 그리움이 들기도 한다. 까만 밤에 뜨여있는 별을 보며 왜인지 마음 속 깊이 뜨겁게 반가운 느낌이 든다. 그리운 감정이야 말로 사무치도록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인 것 같다. 그저 가만히, 그대로 있기 힘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당장 짐을 싸서 편안한 어딘가로 향해야만 해야 할 느낌말이다.


하늘을 바라볼 때면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결국 저곳이 내가 가야하는 길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늘에 가면 힘들었던 일들, 행복했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 모두 쏟아내고 훨훨 날면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마저 든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어렸던 나이부터 지금까지 쭉 그리움과 같은 갈증에 시달리는 일이었고, 그 갈증의 이유를 크게 되니 지금은 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나중에 죽어서 뼈만 남게 되고, 나의 뼈는 자연스레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하늘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내 고향은 경기도가 아니라 저 파란 하늘, 아니. 새카만 우주인 셈이다. 우주가 고향이라니, 그것도 나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존재가 우주가 고향인 셈이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나는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최대한 많은 모험을 해보고 싶다. 사랑, 우정, 일, 모두 나의 힘이 닿는 대로 최대한 많이 부딪치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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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나는 재미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렇다, 시쳇말로 ‘노잼’ 인생을 겪었다. 그래서 내 글이 이렇게 재미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쉴 때가 있다. 내가 조금 더 팍팍 튀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조금 더 다이내믹한 사람이었다면, 하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내 소심한 성격만큼 그만큼 내 멋대로 살았다고 자부한다. 클럽을 두 번이나 가보고, 밤늦게 술도 마셔보고 말이다. 누가 들으면 이게 경험한 것이냐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최선으로 일탈(?)을 해본 것이다. 어쨌든 경험은 경험이었다고 우기고 싶다. 그 경험에서 무언가 얻어낸 게 있냐고 물어본다면 없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클럽은 시끄러웠고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음악을 함께 즐기는 것이 인상은 깊었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그때 클럽에서 함께 즐겼던 그 사람들도 언젠가는 자연스레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고 결국 우주에서 함께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머쓱해진다. 결국 우리는 함께, 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함께, 라는 생각이 드니 이 글의 주제가 여간 창피해지는 게 아니다. 어쩌면 로맨틱한 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철전지 웬수도 우주에서 함께 춤춘다는 것이 아닌가. 오마이갓. 이리도 심란할 수가.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서로 사랑하자, 라는 말이 떠올려진다. 모두를 다시 만날 수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 내 고향에서.


미워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여러 사람이 머릿속을 스치고 마음이 문드러지도록 아팠다. 문득 내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나? 하고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아픈 마음을 짚어보며 미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한발자국 물러나 보게 되었다. 미움 때문에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미워하게 되는 것이 ‘미움’인 것 같다. 미움도 그림움과 마찬가지로 마치 갈증과도 같다. 미워할수록 더욱 미워하게 되고 사람을 옥죄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움을 당장 놔야한다. 나의 아름다운 고향에서 함께 있어야 하니까. 나의 아름다운 우주에 좋은 것들로만 채워야 하니까. 그러니 스스로를 위해 이제 미움을 멈추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는 아무래도 그동안 미운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그치. 살다가 보면 미운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그래도 지금이라도 그 미운 감정을 털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창문을 올려다보며 하늘을 보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늘의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해가 꺼져가는 장면을 천천히 바라봤다. 곧이어 까만 하늘이 되었다. 내 고향 우주가 하늘에 무수히 덮인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해방감이 들었다. 역시 고향이 좋다. 이렇게까지 지친 영혼을 치유할 수 있으니.

고향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 나는 참 축복받은 존재였다. 언제가 닿을 고향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닿고 싶다. 힘들겠지만 그리움의 감정만을 가진 사람이 되어 갈 테니까, 기다려 줘.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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