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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May 27. 2024

B급 감성으로 운칠기삼을 맞이하는 자세


살다가 보면 운명이라는 것은 참 운에 맞닿아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특히 성공하는 사람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운이 좋았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을 듣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위안(?)을 받는다. 내가 그동안 안 풀린 이유가 다 운이 없어서, 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상당히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임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놈의 재수가 없어서, 와 같은 일들을 많이 당했는데 실제로 사주나 역학을 보면 나는 그다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그게 이십대까지 지속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이십대 초반에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보다 이십대를 거의 끝마치고 있는 이십대 후반의 나는 점점 운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니 옛날부터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즘에는 운9기1이라는 말이 떠돈다.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들, 비트코인과 주식이 무식하게 상승하는 사람들을 보면 운이 정말 많은 것을 좌우하고 지배하는 것 같다. 당장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운구기일이 작용하지 않나. 이게 참 삶의 짜디 짠 부분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아무것도 없는 채로 태어나 운9기1을 대비하기 위해 ‘B급 감성’을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재능도 운도 없는 내가 언젠가 상승세를 타기 위한 장치이자 목표를 위한 것이다.  

    

잠깐 다른 말을 하자면, 내가 출판 편집자 일을 할 때, 작가와 일반인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기록’이였다. 기록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작가가 되었다. 그 차이를 알게 되어 기록을 하자는 결심이 들었다. 혹시 작가가 되고 싶다면 꼭 자신이 쓴 글을 어딘가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이야기를 건네주고 싶다. 또한 요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을 때 이 ‘기록하기’를 사용하면 상당히 많은 시너지를 낼 수가 있다. 자신의 사업이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기록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지만 나 역시 부지런하게 기록하는 타입이 아니다. 예전부터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받은 일기쓰기 역시 미루고 미루다가 개학 하루 전날에 다 쓰곤 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는 사람인데 어떻게 부지런하게 기록을 하겠는가. 그리고 예전부터 다이어리를 예쁘게 쓰고 글씨체가 예쁜 사람을 동경해왔지만 내 손은 그들을 따라잡기엔 실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서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카페에 가입해서 남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줄임말)를 한 것을 보길 좋아했다. 요새도 유튜브에 가면 예쁘게 다꾸한 채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대리만족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이런 일화를 보면 내가 그다지 기록한다는 것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도전한 것이 ‘기록하기’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삶에서 멋지고 우아한 장면을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도 완벽한 감성을 따라잡기 힘들어하는 나는 인스타그램 감성이 아니라 B급 감성으로 기록을 하고 싶었다. 반짝이는 명품 말고, 그 옆에 못생기고 웃기면서 약간은 똘끼가 묻어 있는 물건을 집어든 셈이다. 한마디로 와인 보다는 소주, 안 될 것을 알면서 하는 것.      


안 될 것을 알고 한다면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시간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시간 낭비도 아니라 주장하고 싶다. 안 될 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B급 감성이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없어지고 꾸준히 해 나갈 수가 있었다. 또 재미있는 일들이 나에게 벌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B급 감성과 코미디를 잘 버무린 글이 탄생이 되지 않겠나.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이 좋은 영향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치이고 조금이라도 눈길만 끌고 ‘이 양반 재밌는 양반이네...’와 같은 생각만 이끌어내도 나는 반쯤은 성공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자 일상이 무기력한 요즘 재미있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만으로도 활력이 돋았다. 아무튼 ‘B급 감성으로 살아가기’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었다. 단순히 운구기일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기에는 무료한 삶에 재미있는 단편 소설과도 같은 재미난 일인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인생에서 한번쯤은 B급 감성으로 운구기일을 대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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