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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May 20. 2024

아프니까 힙하다


아픔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누구는 종이에 손이 베여도 그다지 아프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그 아픔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곤 한다. 따라서 아픔의 농도가 어떻든 그저 감기처럼 지나가는 것도 있고 폐렴으로 진화하고 후유증을 남겨 인생을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것도 있다. 나는 고통을 상당히 잘 느끼는 예민한 체질로 태어나서 고통이 다가올 때마다 끔찍하게 아파했다. 


아픔을 수없이 지나온 결과, 나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는 아픔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아픔에 너무 아파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삶을 살아가다 보면 아픔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라고 정의한 것은 내가 A급이 되기 위해 발버둥 쳤을 때의 일이다. 나는 항상 욕심을 부릴 때마다 화를 당하곤 했다. A급 삶을 살아가려고 버둥거릴수록 화를 당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A급이 되지 못하는 것이 내 한계임을 인정했다. 미련 없이 A급 삶을 포기한 뒤로는 여유가 생겼다. 


A급은 A급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통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고통 또한 얼마나 큰 부담감이며 얼마나 큰 스트레스 인지 안다. 하지만 그와 비교했을 때 B급 인생의 고통은 살짝 성격이 다른다. B급 감성이 요즘의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의 취향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태도라고 제시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비주류는 끝내 A급이 되지 못했다는 심리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고통마저 겪을 수 있다.나 또한 이런 고통을 겪으며 인생이 통째로 망가지는 것만 같은 아픔을 느꼈다. 내 스스로가 너무나 싫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경쟁이 있는 한 비주류들은 끔찍할 정도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 A급을 쫓는 우리 사회에서 B급의 인생들은 넘쳐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스스로가 B급 인생이라며 좌절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비주류의 인생에서 ‘아픔’은 꼭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이것이 지독하게 우울하고 한심하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비주류의 고통을 우선적으로 ‘힙하다’라고 본다.          




-난... 슬플 땐 힙합을 춰.     


누군가는 이 만화 속 장면을 보면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대사에 공감이 갔다. 슬픔과 아픔, 고통의 감정들은 의외로 상당히 힙합 춤을 추는 것과 비슷하다. 힙하다, 라는 뜻은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나는 힙하다, 라는 뜻에 한 가지를 더 얹혀주고 싶다. ‘무언가에 안주하지 않고 맞서서 헤쳐 나가는 것’이라고. 


따라서 나는 소년만화인 <원피스>나 <나루토>를 볼 때마다 주인공들이 ‘힙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들이 고통을 정면으로 맞서서 헤쳐 나가는 것을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와 쾌감이 들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힙합 노래의 가사들을 찾아보면 가수들의 힘들었던 이야기가 나기도 하고 스스로의 아픔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찾아온 기회

Microphone을 잡은 난 어느새 무대 위에

다시 만나 달라 하며 음악과 작별해

열세 살은 열아홉 난 거짓말을 해야 해

내 얼굴엔 하얀 화장 가면을 써 달래

엄마 핏줄은 ok 하지만 아빠는 안 돼

매년 내 나인 열아홉 멈춘 시간에 감옥에

갇힌 나는 내 안에 기대 너무나도 참혹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음악이 그립다고 탈출을 시도해 no

붙잡힌 나는 밤마다 기도했고

드디어 난 이제 자유의 몸, It's on!

<검은 행복 中>     



가끔 유명한 힙합 래퍼들을 보면 비주류 콤플렉스가 원동력이 되어 끝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어내 성공을 하는 경우를 봤다. 물론 그들의 좋은 실력도 한몫 했겠지만 어찌됐든 그들이 여러가지 고통을 뚫고 나가면서 자신의 팬을 만들고 기어코 성공을 하는 것을 보면 저것이야 말로 정말 ‘힙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즉  누구든 처음부터 비주류로 시작한다는 것이다그리고 비주류는 아픔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아픔은 무엇이든지 간에 힙하다’       


나는 그래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공중에 대고 외치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 지금 너무 힙해.” “무슨 억만장자 래퍼 같애.” “너무 힙하다, 이 고통!”     


그리고 힙한 나에 취해서 고통에 정면승부를 건다. 지나고 나면 아픔은 고작 고통만으로 남아있지 않다. 아픔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퇴행을 하거나 단순히 실수이거나 시행착오였다는 마인드로 성장을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는 퇴행도 해보고 성장도 해보았는데, 결국 끝에 남는 것은 ‘환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퇴행을 했든, 성장을 했든 결국 원래의 내 상태로 돌아간 다는 것이다. 

한계를 인정하자 나는 그 한계를 메꾸기 위해 좋은 습관을 들였다. 그때서야 말로 비로소 성장을 하게 되었다.      


성장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가려면 고통이 필요하다. 그 고통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보고 그 한계를 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려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고 생각한다. 그것이 성장으로 연결이 되고 힙한 자세라고 정의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고통이여, 올테면 와바라! 와 같은 느낌으로 삶을 대하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해 한 번 더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졌다. 고통에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이 힙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니 나에게 고통 따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모두 아픔에 너무 아파하지 말고 힙합을 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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