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것을 하든 재능이 없었다.
공부에도 재능이 없었고, 책을 읽는 데도 재능이 없었고, 말하는 데도 재능이 없었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칠 때도 재능이 없었고, 그림을 그리는 데도 재능이 없었다. 옷 입는 데도 재능이 없었고 꾸미는 데도 재능이 없었다. 그냥 재능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근데 커보니 재능이 곧 밥벌이였고 재능이 곧 그 사람을 말해주는 수단임을 알게 되자, 그때서야 내가 무슨 재능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때가 스물 세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뭐든 닥치는 대로 해보았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고 피아노를 쳐보기도 했고 유튜브를 해볼까 싶어서 혼자 카메라를 켜 말을 해보기도 하고, 예쁘게 꾸며도 보았다.
그런데 난 다 재능이 없었다.
어쩜 이리도 처참하게 아무것도 없는지. 사람들은 별의 별 재능이 있어서 잘만 먹고 살던데.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찾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때 한창 휴학을 했었던 시기였다. 나는 매일 서점으로 가서 세상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았다. 그리고 소설책과 에세이 책 한권씩을 만났다. 그리고 나서 그것에 완전히 매료가 되었다. 특히 소설책은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러고 소위 말하는 덕질의 세계에서 소설을 한번 써보았는데 그것이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글쓰기에 점점 매료가 되어 지금까지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사색하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또한 사색한 것을 메모장에 옮겨 적거나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것이 글쓰기로 곧바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재능이 없는 것 같다. 글을 기계처럼 뽑아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런 기량까지 뽑아내지는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가슴에 아리도록 남는 명문장을 써내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런 글을 사랑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이곳에 재능이 아니라, 감각이 있다고 믿으며 글과 함께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이런 것은 그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그래서 내 첫 직장은 출판사였다. 책과 함께라면 너무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디터라는 직업은 나와 잘 맞지는 않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지 누군가의 글을 서포트 해주는 일과는 맞지 않았다. 아쉽지만 환상 속의 일이었다. 지금도 환상 위를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공은 소프트웨어 공학과, 직업은 에디터,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 어딜 봐도 어떻게 봐도 좋은 이력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미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나는 내가 걸어왔던 길을 사랑한다.
출판사에 조금 더 다녀서 그쪽으로 완전히 빠질 수도 있었지만 출판사에 다닐 때 막상 일이 힘들었다기 보다는 인간관계에 더 어려움을 느껴서 퇴사를 했다.
그렇다.
나는 인간관계까지 재능이 없었다.
젠장.
여하튼 이 재능 없는 사람을 살뜰히 보살펴 준 것이 글쓰기와 책이다. 그래서 이 행위에 고마움을 많이 느끼곤 한다. 그리고 사색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또 우연히 만나 내 글을 잠시나마 좋아해주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재미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써보니 재능 보다는 ‘재미’와 ‘흥미’를 느껴서 글쓰기에 입문하게 된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그저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각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예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하러 갔을 때였다. 그때 도로주행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도로 운전을 알려주던 강사님께서 말해주었다. 운전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고,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재능이 있다면야 운전을 처음해도 잘하겠지만,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연습해서 재능만큼이나 운전이 가능하다고. 나는 재능은 없지만 운전 감각은 있다는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덕분에 도로 주행 시험을 한 번에 취득할 수 있었다.
사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하는 것에 있어서 재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전에 피아노를 배울 때 8시간을 혼자 끙끙대며 연습을 할 때, 깨우쳤다. 재능을 찾지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면 그게 감각이 되고 재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