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감 능력이 좋다. 남을 잘 이해하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리액션이 좋다는 뜻도 아니다.
그냥 남이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는 감정 과다증에 가깝다. 타고난 기질이라 어쩔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개똥 같은 개연성일지라도 감정선에 이입은 잘한다. 감독이 울어! 하면 운다. 분노해! 하면 씩씩댄다. 의도대로 떠먹여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다.
몇 년 전 우울증을 극악으로 겪고 난 때부터 부작용이 생겼는데,
나쁜 놈이 맞는 장면이 나와도 운다. 이제는 이따위 하찮은 고통에도 이입돼서 눈물을 참을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