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의 미개봉 유작입니다. 고인이 급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기 직전 제작 중이던 영화는 x녀 시리즈이고 제목이 ’ 악녀‘라고 주워 들었는데 얼추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부제는 “천사여 악녀가 돼라”입니다.
김기영 감독이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이 영화를 본인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겠지요. 후세 사람들이 미완성작을 끼워 맞춰 탄생한 영화입니다. 화질 빼고는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포스터와 부풀려진 예고편에 낚인 느낌이 있습니다.
포스팅: 화녀(1971)-김기영, 윤여정, 남궁원
포스팅: 충녀(1972)-김기영, 윤여정, 남궁원
감독: 김기영
윤여정: 최여정
이탐미: 이명자
현길수: 정동식
김병학: 김원석
조주미 : 조길녀
남성국: 안드레 박
임성국: 젊은 청년
저시대 한국 사람들은
왜 저렇게까지 쉽게 화를 내고
아무나 때리고 죽이지?
80년대 말 대한민국은 무법지대였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입니다. 좀 부럽기도 하고...
명자는 자식을 못 낳아 대를 못 잇는다며 이혼당한 여자입니다. 시부모가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억지로 이혼 도장을 찍었습니다. 불임이 누구 탓인지 알아보지도 않고서 두들겨 맞고 내연녀에게도 모욕을 당했습니다.
앗쉬
여정은 남편 동식의 실수로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이를 태운 채 자동차 사고를 낸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증오합니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 와중에도 남편은 이혼해주지 않습니다.
역할과 배우의 이름이 같습니다.
알고 보니 명자의 남편은 외도 중이었습니다. 몰래 정관 수술을 하고 바람을 피우는 중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생기지 않던 이유도 그에게 있습니다.
명자는 억울하게 이혼당한 것입니다.
명자는 몰랐지만 여정은 남의 집 아저씨가 바람 피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우연히 남의 비밀을 알게 될 때도 있습니다.)
둘이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긴 한데 아무튼 자기 여정은 명자에게 진실을 알립니다.
너나 나나 남편 진짜 용서 못하겠지 않냐면서 편 먹고 힘을 합쳐 서로의 남편들을 죽이자고 합니다.
(그냥 정상적인 법의 테두리에서 이혼 절차 밟아도 될 것 같지만 일단 여정은 내아들 죽인 남편이 쳐죽이고 싶게 밉습니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고 겁먹으면 사지가 굳는 명자는 복수를 위해 악녀가 돼야 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임신에 집착하는 여자들
김기영 감독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어린애를 낳고 싶다고 합니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닙니다. 명자는 술 먹다 만난 남자도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지 잠자리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애 못 낳는다고 구박 받아서 그럴까요?
아이를 원하는건 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나미 떨어진 남편만 빼고 화가, 몸 파는 남자 할 것 없이 아무나 자유롭게 만납니다. 어린애를 새로 낳는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 오는 게 아닌데...
아무튼 나이와 상관없이 일단 임신을 원하는 여성 캐릭터가 영화마다 등장하는 건 기괴합니다.
1. 이들의 살인 계획이 치밀하니 어쩌고 해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매우 허술합니다. 목소리 크고 선빵 날리면 됩니다.
여권도 굉장히 낮고 인물의 입모양도 따로 놀고 스토리도 엉성하고 동물도 함부로 희생시킵니다. 그래도 뭐 옛날 영화라는 점 감안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시절 한국에도
여성 서사의
누아르 서스펜스 범죄물이 있었다.
1988年 = 그 시절
2. 여정과 동식의 어린 자녀가 5년 전 사고사했고, 그로 인해 부부는 남보다도 못한 증오하는 관계가 되었음에도 집 안에는 차마 정리 못한 아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애기가 생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그대로 있습니다.
= 일부러 연출한 장치가 명백하지만 집에서 맨날 술 마시고 서로 비난하느라 배우 입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3. 그리고
뜬금없지만 유형관 님도 새삼 배우 생활 오래 하셨네요. 광고도 많이 찍으시고 시상식에서 큰 상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레트로와 김기영 감독 특유의 집 내부 인테리어를 좋아하신다면 시각적인 만족감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중견 배우들의 젊을 때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올드무비를 보는 기쁨 중에 하나랍니다.
개봉: 2021.07.15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복수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 타임: 100 분
개인 블로그에 개시한 창작물입니다. 제 글을 브런치에도 연재할 수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