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 리셋 #5 인생은 Live

살자. 이왕이면 잘.

by 우먼코어

브런치 북을 내고자 했을 땐 꽤 많은 글을 저장해 놓았더랬다. 언제고 내 손가락 까딱해서 넘길 수 있는 글들인데 꽤나 오랜시간을 품었다. 서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든든했다.


브런치 북을 위해 서랍의 글을 하나하나 꺼내놨다. 나름 살펴본 것들인데 꺼내놓은 뒤에도 수시로 수정을 거쳤다. 에세이의 탈을 쓴 자서전. 수정을 거치며 내 삶도 다듬어졌고 덕분에 과거 이야기를 꺼내야할 때 왈칵 눈물부터 쏟아지거나 횡설수설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과거를 차곡차곡 정리해둔 사람의 여유랄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상담하며 마구 헤쳐진 과거는 또 브런치북을 읽으며 정리한다. 이 책은 누구보다도 나를 위한 책이다.


허나 인생은 파도와 같이 꾸역꾸역 밀려온다. 생중계 되는 물색없는 순간들. 여전히 오늘도 횡설수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무브먼트 리셋은 매일의 기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의 행위를 증명하는 글쓰기라서. 이게 정리를 하고 있는건지 신변잡기를 하며 헤쳐놓고 있는 건지 문장을 써내려가다보면 헷갈릴 때도 많지만, 다 쓰고나면 후련하니 개운한 기분이 드는 걸 보면 무언가 청소되고 있는 모양이다.


각종 라이브에서 오는 생동감은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대처에서 온다. 인간이 얼마나 바보같으냐면 본인도 한치 미래를 예측하지 못 한다. 그래서 1초가 지나고 나서 본인의 행동에 후회하기도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신경반응은 사람이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또 겸손하게 만든다.


아마 무브먼트 리셋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 글 일 것이다.



조울증이 심각해지고 번아웃이 오면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모든 인식이 저하된다. 자신에게로 침잠하며 힘들고 우울한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시작할 무렵 내 상태가 그랬다. 사내 대인관계에 지쳤고 매일 채찍질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 나를 챙기는 것을 잊었다.


운동도 못 하고 식사도 놓아버린 것이 현상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주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의식을 파헤치기 시작한 순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마음을 직시하게 되었다.


남편이 말하길 나는 보통 3개의 단계를 거친다.


1. 뭐가 뭔지 모르고 힘들어서 말을 계속 토해냄

2. 말을 하다보면 패턴이 형성되고 반복됨. 불평불만을 쏟아내면서도 행동의 수정을 못 함. (보통 에너지가 고갈되서)

3. 못 견디고 글을 씀


글을 쓰고 보니 한개의 단계가 추가 된 것 같다.


4. 글을 쓰면서 작은 행동의 변화가 일어남.


나는 이렇게 내 삶의 궤도를 찾아왔던 것 같다.


새벽 4시까지 남편과 수다를 떨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단연코 운동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운동과 식사를 절제하는 것은 항상 내 삶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았다. 영원이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평범과 신실의 길로 나아가게 해주었다.


다이어트를 하며 이렇게까지 의식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 일것이다.


남들과 달라 누릴 수 없었던 평범하고 안온한 매일매일의 일상. 이미 크게 정점을 찍어버린 우울은 언제든 나를 다시 덮쳐왔고 좌절과 불안한 삶속으로 침전하게 했다. 그것에 빛을 쏘이려면 운동해야 했다. 나를 일으켜야 했다.


누구나 운동을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꾸준히 가는 것은 더더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멍청해진 인간이라면 더더더더욱 힘든 고난의 길이었다. 당연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해냈다. 1년이 넘는 시간을. 참으로 고생했구나.


그 시간 덕에 나는 다시금 일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그 때 맛보았던 작은 성취감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


살이 찌며 옷이 작아졌기 때문인지 하루 종일 포만감을 넘어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과 저녁을 먹었고 남편과 아들이 먹는 햄버거 4/1쪽과 케이크 4입을 섭취했다. 그럼에도 나름 식단에서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배가 불러 불쾌하다. 아파트 헬스장 휴무 이슈로 운동은 못 했다. 다행인 건 케이크를 먹기 위해서 3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는 사실이려나. 그러나 밤 11시인 아직도 배가 부르다. 아마 저녁을 먹은 직후부터 계속 앉아 업무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다이어트를 포기하진 않았다.



내일 모레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예정이어서 내일은 금식을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비워봐야지. 내일은 중요한 미팅이 연달아 있다. 오랜만에 수업도 진행한다. 연휴 동안 너무 쉬었기 때문인가 덜컥 겁이난다. 글쓰기와 기도로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그리고 여전히 운동가기 어려운 바쁜 일정을 원망해본다. 틈을 만들어 꼭 40분이라도 공복유산소를 하고 와야지. 내일과 목요일 양일 간에 한번 해볼 요량이다.


금식 + 공복 유산소 작은 다짐을 내일도 해내길 바래보면서 나의 작은 의식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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