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경X인영구] 인영으로부터
딱 사랑니가 난 것처럼만 사랑을 하게 된다면 어땠을까. 참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메일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참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르다. 사랑니도, 사랑하는 방법까지도. 나는 늘 나를 다 태우는 사랑을 했다. 나는 늘 사랑을 양초로 비유했다. 나를 다 태워 빛을 밝히는 것이 내 사랑과 무척 비슷한 모양이었다. 나는 사랑니를 네 개나 뺐다. 물론 교정을 하면서 필요한 일이었기도 했지만 욱신욱신, 참을 수 없이 아팠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갔던 날 친구와 밥을 먹다가 멈췄다. 이가 아픈 것 같아, 밥을 못 먹겠어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내 사랑도 사랑니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히려 당신이 부럽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정리할 수 있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게. 사랑니를 빼지 않고 가지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하지. 당신은 나를, 나는 당신을, 우리는 서로를 한없이 부러워만 하는 것 같다. 내게 없는 것이 욕심나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라지만 이상하기까지 하다. 이렇게나 다르고 부러울 수가 있나?
하필 사랑 때문에 힘들 때 당신에게 사랑니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아서 마음이 시큰했다.
나도 너무 아프지 않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울지 않고 뽑을 수 있는 사랑니를 가졌으면 좋겠다.
꽤 오래 앓더라도 끝내 사라지는 사랑니였으면 좋겠다.
사랑이었다가, 사랑니였다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헷갈린다.
나는 사랑니를 네 개나 뽑았는데, 여전히 이가 있는 것처럼 그 자리가 허전해.
그래서 많이 속상하고 슬퍼.
2020.03.30
인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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