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경X인영구]인영으로부터
안녕, 여러모로 마음이 좀 복잡해서 오늘은 내가 먼저 메일을 보냈어!
사실 메일을 보내는 지금도 뭘 쓰고 보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적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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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태풍처럼 몰려온 나쁜 일들은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1년이었다. 내가 버틴 시간이. 상처 받고도 다시 일어서려고 수도 없이 노력했다, 거진 일어선 것처럼 보였는데 한 마디에 무너졌다. 말이 참 쉽다. 사람들은 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나 역시 모르는 새에, 의도치 않았는데 그랬을지 모른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말하는 시간보다는 글 쓰는 시간이 길다. 글은 검열하고, 퇴고하면서 다듬어지니까. 마음이 아플 때마다 글을 썼다. 누구에게 말하는 것보다 익숙한 일이었다.
요즘 만난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말을 해달라고, 속상한 일을 나눠달라고. 나는 참 낯설었다. 내 속에서 잔뜩 뭉친 이야기들을 정제하지 않고 꺼내놓는 게 과연 괜찮을까. 말로 상처 받아서 쌓인 마음들을 말로 꺼내는 일이 좋은 걸까. 혹시 내가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겁이 났다. 최대한 친구들이 걱정하지 않을 이야기들을 한다. 밝고, 명랑한 이야기들. 기쁘고 즐거운 이야기들. 그게 무섭게도 습관이 됐다. 지난번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영아, 너는 진짜 갑자기 사라질 것 같아. 말도 없이 휙, 우리만 남겨둘 것 같아.
다시 겁이 났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마음을 꾹 눌러 담았고, 그게 습관이 된 삶이었다.
그 삶이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글로만은 전해지지 않은 마음들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말하는 법을 거의 잊어버린 것만 같다. 사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마음을 나누는 법도 어렵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나보고 잘 사는 것 같다는데,
나는 나 자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어디서 어디까지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누가 나한테 가르쳐줬으면 해.
말하는 법, 꺼내 놓는 법.
걱정 끼치지 않는 법.
2020.04.06
인영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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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 레터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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