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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구 Dec 08. 2021

#11 혼자 있지 말고, 모여있지도 말고, 같이 있자.

[댕경x인영구] 인영구로부터

가끔 생각한다, 나는 왜 당신과 메일을 주고받고 싶었을까?

늘 대답은 늘 당신과 내가 닮았다는 이유로 귀결되지만.




나는 말에 힘이 있다고 믿는다. 힘들다는 말에도, 기쁘다는 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정적인 말은 꺼낼수록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나쁜 말들을 속으로 삭히다 보면 마음이 곪았다. 곪다 못해 터질 때까지도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했다. 그게 익숙하니까. 이 말을 밖으로 꺼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기 때문에. 나 또한 어떻게 이 마음을 풀어내야 할지 잘 몰랐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안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당신도 그랬다니, 문득 놀라웠다. 그래. 당신은 나와 참 닮았다.



'힘들다'는 말을 꺼낼 때 나는 '죄책감'이 들었던 것 같다. 당신의 말을 빌리자면 '그 사람들의 손에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살짝 얹어놓고 도망친' 기분이었다. 내 슬픔을 저 사람에게 넘겨주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말하지 말걸… 혼자 아플걸. 슬픔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믿었다. 나 혼자 아프면 된다고,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인영아, 너는 기쁘고 좋은 것만 이야기하잖아. 네가 슬프고 힘든 건 얘기하지 않잖아." 나는 머리를 쾅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나의 상처를 모두 알고 있었구나.



그때야 친구들에게 용기 내서 전했다. 나는 '힘들다'는 말이 힘들고, 그 말을 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기가 어찌나 힘들다고.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말해줬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혼자 있지도 말고,
시끄럽게 모여있지도 말고, 그냥 같이 있자.



나는 그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다. 이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은 내가 왜 힘든지, 얼마나 힘든지가 아니었다. 그저 본인이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힘든 '티'를 내달라는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그들이 얼마나 오래 내 옆에서 내가 그 한 걸음을 내디뎌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나도 조금 나아졌다. 그들에게만큼은 힘든 '티'를 내는 것으로도 이 슬픔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당신에게 먼저 말을 건넨 사람들이 그랬을 거다. 당신이 힘들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을 알기에, 당신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다.



내가 수없이 겪은 경험이, 상처가 쉽게 아물리 없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에 뿅! 하고 사라지지는 않을 거다.

외로운 것을 외롭다고 말해도, 우울한 것을 우울하다고 말해도 내 기분이 마냥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고,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엿보게 했다. 모든 걸 터놓을 필요는 없다. 그런 말들에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당신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그들이 품을 내어주는 것을 거절하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는  도망치듯 살았던  같다. 사실은 누구보다 감정 속에서 열렬히 살아남았는데도. 부끄러움, 힘듦과 슬픔 속에서 살아있고자, 온 힘을 다해 버텨내지 않았는가. 이제는 도망치지 말고 잠시 떠나는  어떨까. 바다를 보고 돌아오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이곳으로.







아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지은 씨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이 기분 영원하지 않아. 나는 이겨낼 수 있어. 나는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산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답장이 너무 늦어 수납장이 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짐을 치워보자. 몸을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





*

[아우어 레터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INS.

댕경 @luvshine90                                    

인영구 @lovely___09                                  

지름길 @jireumgi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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