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주.부의 자아성찰기14

- 뒤늦은 뜬금없는 새해 결심

by cream

새해 결심.

새해가 되면 모두들 목표를 세우고 결심을 한다.

항상 해왔던 결심들도 새해가 되면 이상하리만큼 비장해져서 그 비장함만으로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의 새해 결심은 집안 정리다.

너무 소박한 결심인 걸까?

아니 이게 결심을 할만한 거리인가.

그냥 지금이라도 당장 치우면 그만인 것을 결심이라고 하다니.



집안정리.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가정주부인 내가 지금 새해 결심이 집안 정리라고 말하고 있다.

대체 집이 얼마나 더럽고 정리가 안되었으면 이런 게 새해결심일까 싶지만 올해 나의 가장 큰 숙제이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역시나 집안정리이다.(실제 우리 집은 적당히 치우고 사는 정도이다.)

이제는 너무도 흔하게 쓰이는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가 얼마 전 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유행이려니 하고 관심도 주지 않던 단어였지만 내 맘이 엉망으로 뒤엉키고 뭔가 확실하게 정돈된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나에게 어느 순간 깊게 다가왔다.




유튜브에서 강연을 듣는 것에 푹 빠져 있던 작년 난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주제의 강연들은 결국 더 나은 모습으로 주체적으로 잘 살고자 했던 내 맘과 연결이 되어 서로 교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의 현실적인 쪼임에 답답했다.

하지만 답답한들 지금 내가 뭘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 답을 좀 찾아보자며 강연을 들어보니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라 말한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나를 찾자 하니 일기(글)를 써보라 한다.

나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수시로 울컥해진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 자꾸만 간절해지고 간절함이 커질수록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도 커진다.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그동안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연으로 날 끌고 간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은 미니멀리스트라는 종착지로 날 데려갔다.

미니멀리스트.

이 한 단어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의미가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쌓아만 두던 나쁜 기억의 내 묵은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허투루 흐지부지 써버리던 돈 또한 정리와 함께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물건처럼 두어야 할 좋은 감정과 기억은 내 안에 두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정리를 하고 싶다.

난 집을 정리하면서 나를 정돈하고 싶다.

조금은 삐딱하게 있어도 좋은 나지만 그 삐딱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뒤죽박죽 헝클어져 있는 나라서,

그 삐딱함이 눈에 확 튈 수 있도록 이제는 나를 정돈하고 싶다.


그래서, 그러므로, 나의 2025년의 새해 목표는 집안 정리이다.





지난 한두 달 난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느라 꽤 많은 노력을 들이고 시간을 썼다.

컴맹에 가까운 내가 작은 테이블을 펴고 바닥에 앉아 한 자세로 하루 몇 시간을 컴퓨터와 씨름을 했다.

(식탁에 앉아 편히 해도 되지만 작은 우리 집 강아지가 자꾸만 내 허벅지에 누워 잠을 청하니 그 모습이 귀여워서 강아지를 다리 위에 놓고 난 컴퓨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 아파 다리를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골반이 너무도 아펐다.

마침 일이 있어 휴가를 냈던 남편이 날 병원으로 데려다줬고 내 골반에는 석회가 생겼다 했다.

아..... 짜증이 확 올라왔다.

늙었네.... 늙었어,,,,

생각지도 못한 병명에 생각지도 못한 10만 원을 쓰고 와서 일본영화에 등장하는 푹 퍼져 앉아있는 고양이 마냥 소파 한쪽에 자리 잡고 푹 퍼져 앉아 찜질기를 끌어안고 며칠을 있었다.

그렇게 입사 지원을 했던 곳에는 합격을 했지만 난 합격과 내 다리를 바꾼 기분이었다.

출근 전에 나의 새해 결심을 시작하려 했는데 이렇듯 새해결심은 역시나 작심삼일 안 지켜야 맛인 것일까.

핑계를 대는 순간 새해결심은 꽝이 날게 뻔하니 핑계를 대지말자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역시나 난 오늘도 푹 퍼져 앉은 펑퍼짐한 고양이 마냥 소파 한구석을 차지했다.


펑퍼짐하게 앉은 고양이가 오늘도 집안을 쓰윽 훑어본다.

벌써 2월인데 새해결심 이제 슬슬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