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마지막 이야기
취업이 되고 두세 달 남짓을 눈을 감고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힘이 쭉 빠진 몸통과 머리를 몸통에 붙어있는 팔다리가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난 외출 시 시간이 촉박하면 밥을 서서 급하게 털어 먹는 게 싫어 안 먹고 그냥 나가던 사람이었다.
난 한두 입을 먹어도 그 음식에 어울리는 접시에 제대로 담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난 모두 잠든 후의 그 고요함을 나 혼자 오롯이 즐기는 것이 좋아 새벽 늦게 잠들던 사람이었다.
난 밥보다 빵, 떡, 군것질로 이 많은 살을 다 찌운 사람이었다.
난 오로지 아메리카노만 마시며 달달한 편의점표 라떼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웃기는 소리였다.
다 거짓말인가 보다.
그간 덜 힘들었던 건가..
난 40 후반이 되도록 나에 대해 참 모르고 살았었나 보다.
이 나이에 취업이라는 걸 해보니 불과 한 달 만에
난 나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일할 때의 허기짐을 염려해 싱크대 앞에서 오며 가며 입에 먹을 걸 급하게 털어 넣고,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에 식탐을 부리며 한가득 먹었다. 몸이 피곤하고 고되니 달달한 편의점표 대기업표 라떼가 그렇게도 꿀맛이었고 한 번씩 일부러 사서 마신다.
그리고 저녁 먹고는 기절하디시피 잠이 든다.
친한 아무개 씨와 아무개 씨는 나의 이런 변화를 보더니 그간 넘 편히 살았다면서 날 화초라 했다.
화초라….. 그동안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맞는 것도 같다.
무엇보다 난 작년 한 해 친구와 주변이들의 무한 응원으로 내가 일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정말 틀렸다는 걸 깨닫는 건 한 달이면 충분했다.
나름 사회에 나와 우물 안 개구리는 피했다 생각했었다. 친한 사장님 밑에서 사장님과 나 둘이서만, 친한 친구 밑에서 일을 하던 공간 또한 조금 더 넓어진 우물에 불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0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내가 이곳에 덩그러니 던져진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익혀왔던 인간관계의 스킬들이 이곳에선 무용지물 같았다.
다행히 같이 들어오신 분이 나이도 비슷하시고 성격도 좋으셔서 그분과 함께하니 난 보기엔 그래도 문제없이 잘 적응해 나가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나의 부족함이 순간순간 계속 훅 치고 들어왔다.
정말 헛살은 걸까?
아니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 지금이라도 느끼는 걸까?
취업이란 걸 하고 이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있어요.
이제 다시 소소한 글을 써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