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 짭쪼름한 조미김에 따끈한 흰밥을 한 수저 넣어 조미김의 양끝을 대충 겹친다.
정말 별거 없지만 묘하게 입맛을 당기는 한입이 완성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어른 입맛 식당에서 아이가 딱히 먹을만한 게 없을 때 주로 만들게 되는 김 더하기 밥.
나 역시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수도 없이 조미김에 밥한수저 넣어 돌돌 말아 아이 입에 쏙 넣어주곤 했다.
영양가를 따지기도 밥을 먹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한 끼지만 아이들은 참 잘 받아먹었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만 들일이 전혀 없는 그 추억의 한입을 지금 난 월~금 점심마다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학교 급식실.
우리 학교의 급식실은 매일 괴성과 울음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밥을 잘 먹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한쪽에서는 뱅글뱅글 나풀나풀 치마를 붙잡고 춤을 추는 무도회장 공주님도 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급식실이 울릴 정도로 목놓아 엉엉 울기도 깔깔대며 웃기도 하는 콘서트장 빵빵한 우퍼처럼 시끄러운 우리 학교 12시 급식실의 모습이다.
음악이 없는 커피숍은 뭔지 모르게 이상하고 낯설듯, 괴성이 없는 우리 학교의 급식실은 뭔가 너무 심심하다.
이곳 한편에는 흰밥과 조미김이 한가득 준비되어 있다.
마치 식당의 무제한 셀프 반찬코너처럼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급식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분주하게 김 여러 개와 흰밥을 국그릇에 한가득 퍼서 간다.
나 역시 급식실에 도착하면 이 셀프코너로 향해 조미김을 챙긴다.
오로지 조미김과 흰밥만 먹는 승윤이 때문이다.
밥이 아닌 면이 나올 때, 흰밥이 아닌 볶음밥이나 비빔밥 등등이 나올 때는 조미김과 함께 흰밥도 같이 가져온다.
승윤이는 그다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친구다.
겁이 많고 소심한 겁보라서 큰소리가 나거나 옆 친구가
크게 울고 짜증을 부리면 귀를 막고 옆으로 도망을 간다.
그래서인지 무엇인가를 하려면 매우 조심스럽다.
물건을 선뜻 만지지도 무엇인가 본인 몸에 터치가 되는 것도 그 모든 게 조심스럽다.
점심시간 역시 그 조심성과 예민함으로 조용히 정말 조용히 가만히 앉아 밥을 먹지 않는다.
담임선생님과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다 실패다.
밥을 굶을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마지막 처방식은 짭쪼름한 조미김에 따끈한 밥 한 수저.
(어머님께서도 이 방법을 추천해 주셨다)
손에 위생장갑을 껴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처방식을 제조해 본다.
조미김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동그랗게 뭉쳐도 보고 길게 돌돌 말아보기도 한다.
흐트러지지 않고 예쁘게 잘 만들어진 날은 괜스레 뿌듯하다.
그리고는 예쁜 동그라미 하나를 포크에 쿡 찍어 아이 손에 쥐어주고 그 한입이 아이 입에 들어가기까지 계속 쳐다본다.
“냠냠!
쏙!
입에 넣어야지!”
“이거 먹어야 다음 시간 운동장 나가 논다!”
그 한입을 먹게 하려 갖은 아양과 소소한 협박이 난무한다.
우리 학교 급식은 꽤 맛있어서 점심을 기다리며 오전을 보내는 나로서는 그 맛난 것들을 뒤로하고 오로지 저 한입만을 고집하는 승윤이가 이해불가다.
그 맛이야 똑같은 한입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난 더욱더 하나하나 모양도 크기도 신중하게 만든다.
이 순간만은 내가 미슐랭 셰프다…라는 심정으로.
너무 크면 조미김과의 비율이 맞지 않고 너무 작으면 이마저도 다 먹지 않는 아이라 먹는 양이 너무도 적어진다.
달달 짭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보기에도 이미 맛있는 구운 닭다리가 나와도,
치즈가 쭉 늘어나서 괜히 한입 먹어보고 싶은 피자가 나와도,
김이 모락모락 후루룩 가락국수가 나와도,
승윤인 쳐다도 안 본다.
오로지 김+밥의 그 한 입만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양이라도 예쁘게 잘 만들어 주고 싶다.
그 순간만큼은 미슐랭 셰프가 되는 난 올해가 가기 전 승윤이에게 김+밥이 아닌 다른 맛있는 한입을 먹게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앞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부딪히며 살아가게 될 이 아이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힘들 때 달콤한 케이크 한입 베어물 때 그 힘듦도 같이 사르르 같이 녹을 것만 같은 달콤한 위로의 맛을,
추운 날 오들오들 떨다 먹는 가락국수 한 입의 따뜻한 포근함도,
화가 날 때 눈앞의 모든 반찬을 죄다 넣고 새빨간 고추장과 고소한 참기름을 한 바퀴 휘둘러 마구 비벼 한 입 가득 욱여넣을 때의 그 쾌감의 맛을 알았으면 좋겠다.
승윤이는 모르겠지..
그 김 더하기 밥에 매콤 탱글 오징어와 슴슴한 섞박지를 함께 먹으면 입안에 감칠맛이 팡 터져 맛있는 축제가 벌어진다는 것을.
앞으로 승윤이의 한입이 축제를 맛 볼 수 있는 다른 한 입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