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어요

by cream

햇살이 유난히도 예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아침.

학교 운동장이 반짝반짝 예쁘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운동장 한쪽에서 스쿨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늘 같은 날은 출근이 아니라 햇살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집에 가고 싶어요!!!"

마음속 얘기가 밖으로 나왔다.


집에 가서 지금 당장 선글라스 지갑하나 챙겨 들고 햇살 가득 카페로 가고 싶다.

루꼴라가 잔뜩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깜빠뉴 한쪽에 스크램블과 당근라페 햄 한 조각을 올려 한입 가득 먹고 싶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진하고 고소하면서 산미가 아주 살짝 느껴지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면 정말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아.. 치즈가 한두 바퀴 무심하게 슉~ 둘러진 단호박 수프나 토마토스튜가 있으면 정말이지 더욱 완벽하겠군..

반짝이는 햇살과 초록 바람을 느끼며 약간의 유치한 허세도 곁들여져 이미 브런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빵냄새와 커피 향이 날 것 같은 이 상상은 선생님들의 "3호차 들어옵니다!!" 외침과 함께

빵! 터져버렸다.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을 인솔해 우리 반으로 들어왔다.

아직 오지 않은 친구들은 부모님이 개별적으로 데려다주시니 교실에서 기다리면 된다.

칠판의 시간표를 바꿔 끼우고 있는데 복도에서 알 수 없는 외침과 커다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집에 갈래!!

우리 반 재민이었다.

유독 학교에 오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

일단 차에서 내리는 것이 1차 고비, 교실까지 걸어오는 게 2차 고비, 자리에 앉는 것이 3차 고비인 이 아이는 복도에 들어서며 "집에 갈래"를 무한반복으로 외치면서 엄마 손에 거의 끌려오듯 등교를 했다.


재민이는 같은 말만 반복하며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를 강하게 거부했다.

온 복도에는 재민이의 "집에 갈래!! 가 스피커를 켠 양 울려 퍼졌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일단 아이를 교실 안으로 데리고 오는 것까진 성공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담임 선생님의 손등과 팔뚝에는 아이가 할 퀸 상처들로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재민이는 신발도 벗지 않고 집에 갈래만 외치며 신발장 앞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화가 올라오면 악을 쓰며 쿵쾅 거렸고, 화남의 표시로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난 급히 장갑을 껴고 아이가 저지른 만행(?)의 흔적을 재빨리 치운다.

둘둘둘 휴지를 말아 그 위에 덮고 걸레질도 해보고 소독제도 뿌려본다.

나 역시 집에 가고 싶은 순간이었다.

나도 집에 갈래!!


재민인 뭐가 그토록 싫은 걸까.

왜 그렇게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같은 말만 반복하는 재민이의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저렇게 오열을 할 만큼 집에 가고 싶은 걸까.

내가 바닥을 치우는 동안에도 아이는 계속 방방 뛰며 집에 갈래만 무한반복하였다. 그러다 옷을 갈아입으러 선생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갔다.




사실 난 비위가 약한 편이라 아이들의 신변처리를 해야 하는 특수실무사를 하기가 조금은 겁이 났었다.

(작년 한 해 봉사할 때는 맡은 아이가 혼자 다 할 줄 알아서 별다르게 신변처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못할 것 같았다.

봉사 1년이 지나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자 특수학교를 지원한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일반 학교보다는 특수학교가 조금은 더 힘들 테니 어차피 하기로 한 거 강하게 빡~겪어보고

이일을 할지 아니면 정리하고 다른 일을 찾을지 결정해보고 싶었다.

부딪혀보기로 맘먹은 것이다.


왔으면 조금은 버티자 싶었다.

조금은 하기 싫은 일을 하더라도 조금은 맘에 들지 않는 순간을 겪게 되더라도 왔으면

왔다면 조금은 참으면서 버텨보자.

따스한 햇살에 브런치가 생각나고 하기 싫었던 일을 맞닥뜨려해야 했기에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참고해보았다.

일을 그만두고 아침 햇살 가득한 날 여유롭게 브런치카페를 향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조금은 참고 버티면서 인스턴트 가루커피 한잔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우리 반 재민이도 이 순간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집에 있는 내 공간이 내 물건이 그곳의 안락함이 그립겠지만 조금은 버텨내주길 바랐다.

꾹 참고 이곳에서 즐거운 일을 발견하길 바랐다.

그 즐거운 일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집에 갈 시간은 분명히 올 거니까.


덧붙이는 글>

재민이는 아직도 한 달에 몇 번씩은 집에 갈래를 외치며 학교에 온다.

하지만 점점 웃으며 등교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 아이도 열심히 버티고 참는 중인가 부다.

같이 버텨보자!!!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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