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57분 난 얼굴을 맞았다.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아본 적이 있었나.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다.
처음이다.
나의 일터인 이곳 특수학교의 일과는 8시 50분에 시작이 된다.
아이들을 태운 셔틀버스가 하나둘씩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 실무사들은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한다.
버스문이 열리고 우리 반 아이가 언제 내리나 버스문만 바라본다.
소리를 지르면 내리는 친구,
본인 머리를 마구 때리며 내리는 친구,
귀를 막고 내리는 친구,
환하게 웃으며 내리는 친구,
책을 꼭 안고 내리는 친구 등등..
아이들은 각자의 다양한 모습으로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셔틀버스에서 내린 우리 반 아이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던 중 왜 맞는지도
모르고 9살 아이에게 냅다 싸대기를 맞았다.
억지로 인상을 펴보지만 썩소가 되어버리고, 눈앞에는 갖가지 별들의 잔치가 시작되어 아침부터 파티다.
아파할 새도 없이 손을 놓으면 아이가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가니 일단은 나 아픈 건 참아보자 싶다.
분명 날 보며 반가워했다.
웃으며 인사도 했다.
그래서 교실로 들어가면 좋아하는 책도 읽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햇살 가득 등굣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웃으면서 갑자기 날 세게 내리친다.
왜 그러는 거지?
그날도 그다음 날도 난 맞았다.
얼굴을 팔뚝을 가슴팍을 맞으며 머리채도 잡혔다.
아프다..
무방비로 맞으니 더 아프다.
나도 사람인지라 맞으니 반사적으로 순간 손이 움찔한다. 하지만.. 9살 아이에게 먼저 선방을 날릴 수도..
잘 걷지 못하는 이 친구의 손을 갑자기 놓을 수도 없으니..
난 아침마다 번쩍이는 불꽃 축제에 잠시 다녀온다.
하루를 일단 맞고 시작해야 하나?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
그 이후에도 이 친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올리며 날 때렸고,
머리를 낚아챘다.
생각이란 걸 해보자.
맞지 않을 방법을.
돈 벌러 와서 종일 맞다 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조금은 특별한 친구라지만 이유 없이 맞으니 기분이 상한다.
순간의 욱함이 훅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초짜 특수실무사라 당최 이 작은 주먹의 맵디 매운 터치를 멈출 올바른 방법을 모르겠다.
맞고 시작하는 하루를 보내며 난 우리 반 담임에게 물어봤다.
아직은 서먹한 담임 선생님이지만 낯가리는 내 성격 따위는 잠시 넣어두자 싶다.
“혼낼지 달랠지 모른척할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알려주세요, 제가 같이 때릴 수는 없잖아요."
맞지 않을 방법, 그 아이를 올바르게 다룰 수 있는 방법 등 등을 담임과 다른 베테랑 실무사님들께 물어보며 난 질문봇이 되어갔다.
하지만 매일을 맞다 보니 아프니까 맞기 싫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오른쪽 왼쪽 위아래 때리는 족족 잘도 피하게 되었고 그 작은 주먹을 잘 피한 날은 은근히 뿌듯했다.
유치하지만 달달 구수한 인절미 위에 콩가루를 찍어 먹은 듯 너무 꼬숩기도 했다.
맞는 횟수가 줄어드니 뭔지 모를 여유도 좀 생기고 어느 때 날 때리는지 조금씩 감도 왔다.
물론 대중없이 휘두를 때도 있었지만 이젠 방어도 가능했다.
일단 맞고 시작하는 하루에서 일단 피하는 하루가 더 많아졌고, 날 못 때리도록 아이의 두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신발을 신기는 일도 가능해졌다.
혼낼지 달랠지 모른척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나날들이 조금 지나니 그 선택지에 슬쩍 놀리기 답안이 추가가 되었다.
내가 슉슉 잘 피한 날은 난 아이를 보며 아주 깐족거리는 얼굴로 웃으며 다 피했지롱~~ 을 남발한다.
정말이지 9살 아이 상대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 유치함은 맞지 않고 하루를 잘 시작했음에 나 스스로 좋아~를 외치게 하며 긍정파워를 내뿜게 하였다.
그리고 맞지 않는 날이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한 대 맞더라도 전처럼 욱함이 마구 올라오진 않는다.
대신 그걸 빨리 피하지 못한 아쉬움에 복싱을 배워볼까..
어이없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쪽으로 빨리 피했어야하는데..아..내가 먼저 손을 잡았어야하는데..
분하고 아쉽다.
이런 내가 너무도 유치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때도 있지만 ,
이렇게 난 이곳에 적응 중이다.
<덧붙이는 말 한마디>
날 자꾸만 때리던 아이는 무엇인가 요구를 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며 본인에게 집중을 하게 했다.
특히나 아이는 모든 관심이 본인에게만 집중이 되기를 원하는 성향이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지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말이 아닌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걸로 의사표현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다.
미우나 고우나 1년간 같이 지낼 우리 반 친구기에 선생님께 물어보고 배워 이 친구와 잘 지내보려 한다.
활짝 웃는 얼굴이 너무도 못생겨서 너무도 귀여운 친구.
- 한학기가 지난 지금 이제는 때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 책을 읽어주고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것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