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받지 말라고

by cream

“잘 가~~!! 내일 보자!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봬요~


아이들과 함께했던 복작복작했던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교실정리를 하고 소리 나는 데로 흥얼거리며 실무사실로 향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싱크대 한가득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고, 정리해야 할 빨래들이

소파 위에 산을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후다닥 서두르다 보니..

아차.. 교실에 핸드폰을 놓고 왔다.

나이가 들었다고 한탄을 하며 교실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 반 교실 문 앞이 시커멓다.

키가 족히 185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선생님이 교실 문을 막고 서 계셨다.

쭈뼛거리며 요리조리 들어갈 틈을 보지만 없다.

담임 선생님과 말씀 중이신듯하다.

일단 인사를 해본다.

“안녕하세요”

못 들으셨는지 계속해서 가로막고 서 계셔서 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좀 들어갈게요."

그제야 선생님은 뒤를 돌아보며 내가 들어갈 공간을 내어준다.

“네~안녕하세요”

아주 정중한 인사와 함께.

후딱 인사만 하고 놓고 간 핸드폰만 챙겨 들고 나오며 다시 한번 목례를 하며 실무사실로 올라갔다.




학교에서는 마주치는 모든 분들과 인사를 한다.

알던 모르던 일단 마주치면 살짝의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난 이런 인사문화가 너무 좋다.

태생이 대문자 I인 나는 나이가 들고 무서울 게 없다는 아줌마가 되어도 약간의 쭈뼛거림이 있고 살짝의 소심함이 있다. 그런 나에게 그 관계가 어떠하든 모든 이에게 인사하는 이 문화는 정말 너무도 좋다.

수시로 마주치긴 하지만 잘 알진 못하는데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날 알까? 나만 뻘쭘하게 인사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싫다.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을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 오는 그 상황의 그 어색함이 싫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다 인사를 하면 되니까.

너무 좋다.

난 이러한 학교의 인사 문화를 존중하며 고민 없이 누구라도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


우리 교실 문 앞을 막고 계셨던 담벼락같이 크게 느껴지던 그 선생님 또한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몇 번 마주쳤고 인사는 계속했다.

그 선생님은 항상 참으로 정중하게 매너 있고 여유 넘치는 인사를 했다.

검은 슬랙스에 재킷을 입고 번쩍이는 금색 커다란 시계를 차고 여유 있게 걸어 다니는 걸음걸이와 정중한 그 답례인사는 너무도 찰떡같이 어울렸다.


그날 역시도 강당에서 아이들을 인솔해서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선생님과 아이들을 챙기며 강당으로 들어섰다.

전교생이 다 모인 강당 안은 대목을 맞은 시장 한복판처럼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 기독교재단인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모여 함께하는 예배시간이 있다. )

요 며칠 자주 마주치던 그 담벼락 같이 커다란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앞에 서 계셨다.


"저 선생님이 예배 진행도 하시는구나~ 오늘도 역시나 쫙 빼입으셨네"

중고등부의 학생들과 그 선생님은 예배가 시작되자 앞에 서서 대표로 찬송가를 불렀다.


어... 아??!!

저 선생님.. 의 제스처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또한 음정박자 다 무시한

그야말로 꽥꽥 괴성이다.

어??? 뭐지???

저분 뭐지??

난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며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하다를 연발하였다.

순간.... 어,,,,선생님이 아니고 학생인가?


선생님!! 저 키 큰 분 혹시 여기 선생님,, 아니 학생이에요?

네~고2이에요~

네? 여태껏 제가 인사하면 엄청 정중하게 인사하시던데요?

아까 애들도 인솔해 오시던데.

실무사님!! 당하셨네요!

쟤 그거 엄청 즐겨요! 선생님인척하고 다니면서 인사받는 거요!

옷도 일부러 저렇게 입고 다녀요.

쟤 덩치만 크지 한글도 몰라요~

아...................

저 얼굴이 어떻게 고2이고 뭔 학생이 옷을 저러고....


초대형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뭔가 약이 올랐다.

다음에 만나면 야!! 너 학생이라며!! 소리를 냅다 질러줘야지..

맘먹고 마주치기를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복도 모서리 코너에서 드디어 마주친 순간 난 습관처럼, 아주 정중하게 안녕하세요를 전했다.

악!!!!!! 이게 아닌데.

내려간 내 고개를 올리고 내뱉은 인사를 주워 담고 싶었다.

그 아이는 또 정중한 목례와 함께 네~안녕하세요를 말한다.

약이 오른다.

나도 모르게 야! 너 고3이라면서! 인사받지 말라고!!!!

냅다 얘기했다.

아이는 헤~빙구웃음을 날리며 호들갑스럽게 도망간다.

그래,, 나 특수학교에서 일하지..

아무리 그래도.. 20 후반은 되어 보이는 그 얼굴에 그 덩치에 그 복장에..

한글은 좀 배우자..

나 혼자 착각하고 나 혼자 약 오르고.

직장이 학교라 그런가…

내가 점점 유치해진다.


덧붙이는 글 > 2학기가 되니 그 친구는 뿔테 안경까지 썼다.

한층 더 멋 부린 어른스러운 복장으로.


-죄송하게도 개인적인 이유로 글 발행 요일을 좀 바꿔봤어요!

찾아와주시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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