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한잔 주세요.

by cream

2년 전 난 샌드위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조용하던 매장에 띵동~배민~띵동 쿠팡이츠~주문 알림이 날카롭게 울려 퍼지면 겁부터 덜컥 나서 가슴이

콩닥대던 초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처음엔 그 콩닥거림에 등이 서늘해지기도 얼굴이 달아올라 시뻘게지기도 했다.

꿈에서도 배민~소리에 놀라 깰 정도였으니 말이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순서를 일단 외워야하는데 샌드위치

종류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다 만든 샌드위치를 포장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균형을 잘 맞춰야 샌드위치 속이 흐트러지지 않고 예쁘게 도르르~포장이 된다.

순간 박자가 맞지 않으면 포장지 위로 빵-양상추-각종 재료들이 와르르 무너져서 포장지 위로 다 쏟아져 버렸다.

그렇게 뭐든지 새로 배워야 하는 초짜 아르바이트생인 나에게도 나만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여 년간 전업주부로 살면서 익힌 주방 기술과 나의 빠른 손이었다.

비록 주문 알림에 콩닥거리는 초짜지만 콩닥거리는 가슴과는 별개로 내 손은 움직이고 있다.

샌드위치를 후다닥 만들고 아보카도바나나스무디를 믹서에 넣고 갈면서 그사이 수프를 담는다.

나의 빠른 손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꽤 쓸모 있는 무기가 되었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담당은 아직은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이기 때문에 특수학교이기도 했지만, 그 나이 자체만으로도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잘 걷지 못하는 아이 손을 잡고 옆에 친구가 그 옆에 친구를 때리는 것을 제지해야 했고,

불안함에 괴성을 지르다 오줌을 싸버리면 놀라 소리칠 틈도 없이,

온 바닥에 다 흘러 퍼지기 전에 재빨리 손에 비닐장갑을 껴고 휴지를 돌돌 말아 덮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잽싸게 후다닥 치워야 한다.

아이들은 내가 그것을 다 치울 동안 온전히 기다려 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것을 밟기 전에 누군가가 그사이 다치지 않기 위해 난 매일 나의 손을 더더더 빨리 움직인다.

담임 선생님의 지시하에 2인 1조의 팀으로 움직이지만 6명의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움직여 사고를 치는 순간에는 나보고 더 빨리 움직이라고 서로 소리를 지르는 듯하다.


유난히도 힘든 오전을 보낸 날은 오전시간이 다 갔다고 알려주는 점심시간이 매우 기다려진다.

점심시간 또한 아이들과 함께한다.

급식판이 놓이기도 전에 소리를 지르고 우는 아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급식실 밖으로 내달리는 아이, 의자를 뒤로 계속 까딱거려 넘어질까 봐 제지를 해야 하는 아이 등등 밥을 먹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급식이 나오면 아이들이 먹기 좋게 다 잘라주고 편식이 심한 아이는 김에 밥을 도르르 싸주고, 또 다른 아이는 수시로 포크에 음식을 꽂아 손에 쥐여줘야 한다.

그 와중에 모든 음식을 국그릇에 넣고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다.

나의 빠른 손이 쉴 새 없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밥을 먹는다?

입안에 밥을 쑤셔 넣는다?

뭐라 표현할까 고민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은 매우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우리 학교의 점심은 20여 년의 음식 꽤나 한다는 주부 입맛에도 매우 맛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 컨디션이 유난히 좋지 않아 동시다발로 함께 덤벼드는 것 같은 날에는,

우리 학교의 맛있는 밥 한 끼가 나름의 위로가 된다.


가본 적은 없지만 남미의 향이 코끝 훅 치고 스며드는, 양념이 잘된 닭다리가 통으로 나오고,

부들부들한 고기 위에 달달 쌉싸래한 마늘소스가 듬뿍 뿌려진 마늘보쌈이 나오며,

치즈가 죽 늘어나는 하와이안피자가 나온다.

뜨끈뜨끈한 한우곰탕은 한입 먹는 순간 그 뜨끈한 시원함에 어흐~~~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맛있다.

비록 우아하게 천천히 먹지는 못하지만 정말 맛있다.

조금은 급하게 조금은 크게 먹는 한입한입이지만, 그 맛은 너무도 꿀맛이다.

오전 시간을 힘들게 보내서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진 초짜 실무사인 나에게 급식은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이왕 위로를 주실 거면,

이런 메뉴를 주실 거면,

저 맥주도! 소주도! 한잔 주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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