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여행 #05
퇴사 후 여행에서는 무언가 집착하는 성격을 조금이라도 내려 놓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똑같다.
둘 날 저녁 강가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레스토랑. 평소 자주 가던(미국 방문할 때마다) 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아닌가. 점원에게 혹시 그 레스토랑과 같은 계열인지 물어보기 위해 심호흡 한 번 하고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든 후 질문했다. '혹시 여기 XXX XXX 레스토랑과 같은 계열인가요?' 점원은 맞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계열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얼마 전 차이나타운 근처에도 문을 열었다고 했다. 몹쓸 집착 발동.
평소 즐겨 가던 레스토랑과 새로 생겼다는 곳 모두 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미국 워싱턴디씨에서 사랑받고 있는 'Famer 파머' 시리즈를 정복하게 되었다.
Our story began in 2005 when the members of the North Dakota Farmers Union (NDFU) began talking about the future.
미국이나 한국이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어디든 같은 것 같다. 파운딩 파머스는 농부의 입장에서 바른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자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바른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방법. 그것은 미국 가족 농장에서 재배한 원재료를 수확하여 음식으로써 소비자의 입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안다. 모든 원재료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의 원칙에 부합하는 업체를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른 먹거리를 전달하고자 끊임없이 강구한다. 맛도 좋지만 그들의 이념과 스타일이 좋아 꾸준히 찾는 1인이다.
파운딩 파머스
가장 먼저 접했던 파운딩 파머스.
한 번 발을 들인 이후로는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워싱턴디씨를 방문할 시점이 되면 한국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는다. 그렇지 않으면 주중, 주말,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오랜 시간 줄을 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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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Breakfast와 Brunch, Lunch와 Dinner가 준비되어 있으며, 같은 구성이라 하더라도 시간대에 따라 그 색이 다르다. 아침과 브런치는 미국 가정식 느낌이라면, 점심과 저녁은 사뭇 맥주 안주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가 점심부터 식사와 맥주를 함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침과 브런치 메뉴에 한 표를 더하고 싶다.
파운딩 파머스의 장점은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 외에도 미국 시골 농장의 느낌을 자아내는 소품과 인테리어이다. 직접 미국 시골 농장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상상 속에 그려지는 그 모습을 하고 있다(미국 만화 보면 나오는 그 느낌 그대로). 하늘의 구름 모형과 새 모형, 계단 난간의 돼지 모형, 유리로 된 우유 병 모양의 물 병, 나뭇결 모양을 하고 있는 플라스틱 손잡이의 포크와 나이프, 종이 우유 팩 모양을 하고 있는 철제의 양념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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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디씨를 처음 찾는 분들이 '디씨에서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바로 이곳을 추천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워싱턴디씨를 처음 찾는다면 파운딩 파머스는 조지타운 컵케이크와 함께 깨야 할 첫 퀘스트 느낌인 것이다. 그다음 퀘스트가 이스턴 마켓의 브런치와 베이크드앤와이어드 컵케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이스턴 마켓의 브런치는 별로였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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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딩 파머스에서 추천하는 음식은 브런치를 기준으로 블루베리 버터밀크 팬케이크와 치킨앤와플이다. 한국의 버터핑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양이다. 대신 블루베리 버터밀크 팬케이크와 치킨앤와플을 다 먹으면 느끼함이 입안을 감돈다.. 콜라보다는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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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예약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 언제 방문을 원하는지 날짜와 시간을 말하고, 2) 그 날짜와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면 이름과 연락처를 말하면 끝이다. 레스토랑이 1, 2층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딱 한 번 한산할 때 가봤는데 그날은 참 신기했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아! 물론 웹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어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화 예약이 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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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파운딩 파머스는 디씨 / 타이슨 코너 등 여러 지점이 있다. 때문에 전화 예약할 때 지점 확인은 필수. 월드뱅크 인근에 위치한 곳은 디씨점이다. 만약 디씨를 짤막하게 방문할 예정이고 호텔이 타이슨 코너 주변이라면 타이슨 코너몰 쇼핑 & 파운딩 파머스 식사를 추천한다.
파머스 피셔스 베이커스
조지타운 포토 맥 강변의 파머스 피셔스 베이커스.
조지타운의 활기찬 워싱턴 하버 지역의 포토 맥 강변을 수도 없이 걸었지만 이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때론 날이 더워서 때론 날이 추워서 그냥 지나쳤던 곳. 뿐만 아니라 이곳에 파머스와 같은 계열의 레스토랑이 있는 줄도 몰랐다. 레스토랑 점원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냥 비슷한 곳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을거다(그러기에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소품이 너무나도 흡사. 우유병 모양을 한 유리 물병은 빼박.) 이곳 또한 주중, 주말, 낮과 밤 할 것 없이 줄이 길다고 한다. 강을 바라보고 있는 입지 조건도 그렇고 맛도 좋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듯하다.
강바람이 적당한 날 밤, 한산한 테라스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했는데 넘나 좋은 것! 역시 날이 좋은 날에는 야외가 최고 아니겠는가! 봄이나 가을 즈음 워싱턴디씨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곳에서 저녁 한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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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방문해서 추천 음식은 나도 모르겠다. 치킨은 언제나 진리인 듯 맛나게 먹었다. 이름만큼이나 육해 관련 메뉴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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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온라인과 전화 예약이 가능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예약을 생활화하면 편리하다.
파머스 앤 디스틸러스
마지막으로 파머스 앤 디스틸러스.
차이나타운에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럭셔리 맨션 & 오피스 사이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파머스 피셔스 베이커스에서 10% 할인 쿠폰을 받아 방문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파머스 계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레스토랑 인테리어. 간판도 소품도 비슷한 듯 다르다. 특히 위치가 위치인 만큼 파머스 앤 디스틸러스 영어 간판 밑에는 중국어 간판이 함께 있다.
파머스 계열의 이념과 같이 신선한 재료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농장 느낌의 다른 레스토랑과는 달리 이곳은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다. 메뉴판의 메뉴도 여느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볼법한 메뉴들이 가득하다. 결과적으로 파머스 계열 중 실망스러웠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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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만 예뻤다. 음식은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맛있지도 않았다(메뉴는 점원의 추천으로 주문했다). 파운딩 파머스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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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온라인과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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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느낌이니 남들에게는 이곳이 편안한 분위기에 맛난 집일 수도.. ㅎㅎ
인스타그램에는 비교적 꾸준히 포스팅하고 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만만치 않다. 포스팅에 맞는 그림도 그리고 문체도 바꾸고 특히 문체는 아직까지도 익숙지 않다. 쨌든 포스팅이 늦어지는 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린 파머스 계열의 음식 사진은 파머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의해 리그램되었다. 이로써 로열티는 더더욱 상승.
매일 품질 좋은 밀가루로 신선한 빵을 만들고, 직접 쇠고기를 갈아 패티를 만들고, 신선한 과일로 짜낸 주스를 판매하는 등 바른 먹거리를 위한 부단한 노력의 파머스.. 이곳 워싱턴디씨에 있는 동안 앞으로도 애정껏 무한 방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