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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Jan 11. 2019

러블리 류블랴나야, 언제쯤 나는 진짜 어른이 될까

슬로베니아, 입을 동그랗고 곱게 모아야 부를 수 있는 류블랴나


함께하는 여행이 지속되자 일상이라 여기던 우리의 지난날들을 곱씹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이야기의 끝은 종종 섭섭함과 서운함과 결론 없는 침묵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름도 어여쁜 도시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성에 앉아 어른 같은 이야기를 이어가던 날.


무엇이든 이해받고 싶어 시작한 대화였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관계에서 늘 스스로를 약자라 생각했다. 손해 보고 피해 입고 참고 견디는, 그러니 나는 네게서 이해받는 것이 마땅했다. 듣기 좋은 소리뿐일지언정 너의 이해를 바랐으나 내가 듣고 싶은 답을 알았음에도 너는 입바른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뭔가 억울하고 분했다.

ㅡ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내 감정을 이해해주면 좋겠어.

진심이었다. 뭐든 어떠하든 무엇이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절대적인 너의 이해함이 필요했다. 이기적인걸 알았지만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이 정도는 내가 네게서 기꺼이 누리고 싶었다. 쉬이 말 한마디면 괜찮아질 나였으나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네가 야속했다. 뭉뚱 한 감정을 뾰족 거리며 내뱉으려 할 때 네 한마디에 말 문이 막혔다. 그리곤 내가 미워졌다.

ㅡ 나는 나를 둘러싼 모두를 이해해야 해. 모르겠어 모두가 내게 그걸 원해. 그럼 나는 누구에게서 이해받아야 하니. 너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아무것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내가 거기 있었다. 전부를 이해하려 애를 쓰는 사람 옆에 아무것도 이해하기 싫어 애쓰는 사람인 내가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랬다.


종종 내 이기심이 작정하고 달려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제야 발견한 나를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입을 닫고 마음을 멈춘다. 언제쯤 이해해달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도 듣지도 않는 어른, 이 될 수 있을까. 한참 자랐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른이 되기엔 너무 먼 날들을 살고 있다. 미안하다는 인사가 때를 놓치고 지나갔다.


2018 09_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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