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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Jan 11. 2019

프라하, 내겐 너무 몹쓸 아름다움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붉고 푸르던 프라하의 밤하늘을 눈에 담으며 꽤 오랫동안 슬펐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고 처음으로 내가 불효자라는 생각을 했다. 잘 살아왔다 여긴 세월은 모두 나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아온 날들이었고, 오랜 나의 침묵 안에서 엄마의 시간들은 한참이나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을 이제야 처음으로 해본 건지 당황스러워 붉은 노을 아래서 내도록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이내 깊이 슬퍼졌다.


유독 엄마와 딸, 닮은 두 여인들을 자주 마주치는 프라하 골목길이라 더 엄마,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오며 가며 마주하게 되는 그들의 대화가 꽤 오래 귀에 맴돌다 마음에 남았다. 그저 꽃 같은 내 친구 내 엄마의 시절들에 마음이 깊고 곱게 쓰여 거리를 오래 서성였다.


시절이 계절 같다 생각했다. 오고 가고 오고 가도 다시 또 돌아오는, 우리의 삶이 마치 때에 따라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같다 생각했다. 내 엄마가 그랬고 엄마의 엄마가 그랬을.


딸로 태어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는 시절이 봄처럼 여름처럼, 그렇게 가을처럼 찾아들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그 긴장감은 때때로 서글펐다. 어느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대상도 없이 찾아드는 미안함 사이에서 밀려드는 외로움은 우리의 계절을 지배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잃었고 포기하고 싶은 것들을 묵묵히 견뎌왔다. 지켜내야 하는 것은 여자의 이름이었고 참아내야 하는 것은 잊혀가는 내 이름 석자였다.


그렇게 계절은 오고 가고 또 온다. 계절의 성실함이 서글프다. 엄마가 보고 싶은 올해, 이 낯선 나라에서 나의 가을이 깊어진다.


2018 09_ 프라하 눈물 나게 아름다운 노을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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