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lyanna Jan 10. 2019

자기 당부, 독일 밤베르크에 걸터앉아

독일의 베니스, 우리의 뜨거운 대화



'나는 네가 살면서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어

관계를 지켜나가는 일. 네 사람을 지켜나가는 일'


감추고 싶던 마음을 들켜버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사랑 많아 보이는 사람으로 잘 포장되어 살고 있지만, 누구만큼 이기적이고 누구 못지않게 관계를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부정할 자신이 없었다.


사실이었다. 먼저 전화기에 손 뻗어 안부를 묻는 것이 내겐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어려웠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은 늘 생각만 하다 내버려 두었고, 불쑥 궁금한 사람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하루를 넘겼다. 누군가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도, 누군가에겐 그저 귀찮은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어설픈 오지랖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든 피해 주고 싶지 않았어'


너무 과한 자기 보호와 예의가 앞선 사람인 까닭이었다. 먼저 안부를 건네야 연결되고 유지되는 관계, 라는 녀석을 쉬이 생각했다. 그리운 마음은 정점을 향해있으나 게으르고 부끄러운 손가락을 탓하며 세월을 그저 흘려보냈다. 나 그래도 꽤 잘 살고 있다 생각했으나 네 한마디에 덜컥 겁이 났다. 스스로 지켜내지 못한 관계가 너무 많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한걸음 물러나 지나 온 시간을 바라보니 가장 후회되는 건 놓쳐버린 사람들, 인연이라 불리웠던 내 사람들이었다.


오늘까지 이어지지 못한 내 인연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밤. 전하지 못한 안녕이 남은 사람들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기로 한다.  


2018 09_  독일 밤베르크, 이름 닮아 어여쁜 예술마을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 독일 뉘른베르크의 한낮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