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여행지의 일상
정해 둔 기간의 이분의 일, 딱 절반이 지나는 지점에 와서야 나는 이 여행이 주는 편안함에 정확히 안치됐다. 꼭 가야할 곳 꼭 보아야할 곳은 사라졌고 발길 닿는 길바닥과 마음 노닥거리는 노천카페 하나면 충분해졌다. 마음 바쁠 일이 없으니 하루가 이틀이 삼일이 모두 있는 그대로 충만했다. 낯설을 법한 여행지가 서울같고 고향같고 내 집앞 같아졌고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지는대로 사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애를 쓰지 않는 시간들은 무척이나 곱고 예뻤다. 물 흐르듯 편히 살아가는 일상이 내게 허락되었다는 사실은 기적 같았다. 내가 그 좋아보이는 것들,을 등지고 익숙한 모든 것들을 떠나와야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아차린다. 남은 절반의 날들 후에 참 넘치게 마지막을 맞이하면 좋겠다.
2018 09_ 크로아티아 숨은 보석같은 도시, 로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