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자의 일상
긴 시간을 머물다 가는 자로 살다보면 여행이 남기는 감동의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너무 평범한 찰나들이라 꽤 놀라곤 한다. 지나가다 문득 고개 들어 본 구름이라든가 해가 뉘엿 넘어가는 무렵의 퇴근길 풍경이라든가 콧 끝을 간지럽히는 후끈한 늦여름 바람 같은. 일상의 배경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나를 멈춰서게 만든다. 그 사실이 내겐 너무 사랑스럽다.
그리곤 그렇게 찰나에 가슴을 훅 치고 들어오는 감정은 꽤 깊고 진하다. 여행지가 여행지 같지 않아서,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든 런던이든 베를린이든 아무 상관없이 나는 이 찰나를 알아 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그게 그저 좋아서. 평범하지만 발길을 멈추게하는, 마음을 붙들어두는 여행지의 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언제 떠나도 괜찮을 여행자의 일상을 살고 있다.
2018 09_ 독일의 첫 나라, 따스했던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