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섭섭해하자 삶에게
당신에게 위안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하는 말처럼 소박하고 평온하게 산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역시 어려움과 슬픔 속에 살고 있으며 당신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결코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_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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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한 조직에서 얽힌 관계 안에서 늘 위안과 위로를 주는 것이 내 몫인 것 같은, 묘한 책임감이 내게 있었다. 우월감도 아니고 자존심도 아닌,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담감이지만 그 신경 쓰이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우리는 누구나 처음인 생을 산다고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기에 안심하며 살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별일 없이 이렇게 산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들의 삶 앞에서 마주 앉아 고개 끄덕이며 잘하고 있다고 웃어 주는 것. 그렇게 무너진 마음을 세워 일으키고 꺾인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시간. 그러니 우리. 오늘 지금 서 있는 이곳, 거기, 여기서 삶에게 그만 섭섭해 하자.
2018 10_ 스위스 수도 멋진 도시 베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