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그 반짝거리던 밤의 노래에 기대어
살면서 쉬이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몇 있다. 나의 첫번째 스무살, 그 시간의 기억들은 마음 언저리 어딘가에 흩어져 박혀있다가 드문드문 삐져나오곤 하는데 가끔 그게 너무 뜬금 없어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 시절엔 한 학년 위 선배들이 유난히 언니 같고 오빠 같아서 참 많이도 따랐다.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따뜻했고 쥐어박는 농담은 애정 어렸다.
당시에 우리가 온라인으로 소통했던 메신저는 엠에스엔이라는 핫메일 계정이 유일했고 그때도 밤잠 없이 새벽감성에 젖어 살던 나는, 늘 파란 얼굴을 깜빡이며 메신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이였다.
어느 날 새벽인가, 그때 한 살 많은 선배이자 언니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마도 그리 친했던 것 같지는 않은 사람.
'너는 참 가진게 많은 아이같아. 독특한 너만의 색도 있고 느낌도 있어. 그걸 잘 다듬어서 키워나가면 참 좋을 것 같아. 네가 가진 삶의 색은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것 같으니 앞으로 더 밝게 빛나길 바래. 많이 경험하고 많이 느끼고 많이 표현하면서 살아'
실은 십오년이나 지나버려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선배와의 새벽대화는 꽤 무겁고 꽤 진지했으며 한참이나 따뜻했다. 그 선배와 동기인 선배가 이곳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을 건너건너 들었다. 며칠 머무는 동안 두바이 어느 몰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저 같은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생이 반가울 때가 있다. 나의 스무살은 모든게 유의미했고 거대했으며 늘 울렁거리고 말랑거렸다. 무엇이든 아팠고 언제나 기뻤으며 여린 볼살만큼 어린 마음으로 위태로운 어른을 흉내내던 날. 늘 지금의 젊음에게 무슨 말이든 무심히 지나치듯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이름도 잊은 그 선배의 한 마디에 나는 삶을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고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청춘이 빛나기 시작한것은 아마도 그 날의 새벽부터다. 당신의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나는 그래서 믿는다.
2018 08_ 아랍에미레이트 dub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