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삶도 쉬었다 가는 사하라, 그 뜨겁고 붉은 날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행복해라.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임을 기억해라'
나는 당신이 하는 말들을 골라 안았다. 매우 줄곧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당신의 옳음은 나를 때때로 불편하게 했기에. 당신이 행복을 이야기하자 그건 곧 내게 무거운 책임감이 되었다.
떠나 와 있기를 결정한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나와 우리의 행복이긴 했으나 그 무엇도 목적으로 한 여행이지 않았으므로 애를 써 찾고 싶진 않았다. 여행의 시작은 사실 불안했고 초초했다. 무엇이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다 보고 알고 남겨야 하는 욕심많은 사람인지라 이 과한 열정과 우라질 성격이 모든 순간에 발휘되리라 확신했기에. 미리 초조하고 미리 모든 것이 불안했다. 그리고 넘쳐나는 사진과 정신없는 글들이 이를 반증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89일째 되는 모로코의 사하라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행복하라는 당신의 말을 깨닫고 무릎을 쳤다.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면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했다. 조금 덜 보고 조금 덜 걷고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지의 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들이 지속되자 행복의 찰나가 내게 슬그머니 찾아 와 안겼다.
쫓기듯, 무언가 못다한 숙제를 해결하듯 여행하는 건 최선의 행복이 아니었다. 당신이 내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나는 사하라의 까만 밤과 뜨겁던 붉은 모래 위에 앉아 깨달았다. 그래 최선을 다해 행복하라는 당신의 말은 최고의 인사였다.
실감나지 않는 시간을 여전히 살고있지만,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하루에도 몇번씩 눈을 껌뻑거리며 볼을 꼬집어 보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서 최선을 다해 행복의 시간들을 누리고 있다. 당신의 충고가 오래 여기 남았다.
2018 09_ 모로코 붉은 사하라 사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