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우리가 있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그 어떤 낭만도 기대도 없던 도시였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 먼 나라 먼 도시, 갈 일이 전혀 없을 그저 이름 난 큰 도시. 그랬다가 몇 년 전 한 권의 책으로 나도 그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도시. 파리는 내게 그랬다.
ㅡ
대한민국의 피카소라 불린 천재화가 김환기와 그의 동반자였던 부인 김향안의 삶과 사랑. 지성으로 단단해진 그들의 사랑법은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어여뻤다.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빛이 나는 관계, 많이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잘 사랑하려 애를 쓴 두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이후 나는, 파리를 늘 상상에 두었다.
오늘 조금 파랗고 조금 구름 어린 이 곳을 걸으며 그들의 파리를 떠올렸다. 걸음마다 곱디 고운 당신들을 생각했다. 지성을 쌓고 사랑을 가꾸며 마음을 기울이는 일을 멈추지 않기로 한다. 나란한 마음으로 시간과 함께 깊어지자 우리.
ㅡ
"많이 사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잘 사랑하려 노력했으며 순간의 감정 위에만 사랑을 두지 않고 오래가는 이해 위에도 사랑을 두었다"_정현주
"같은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고 이해를 나누는 시간이 두 사람을 점점 더 단단하게 묶어 주었다.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빛이 났다. 시간이 흐르며 아름답게 길이 들어 더 좋은 것이 되던 두 사람 곁의 오래된 물건처럼"_정현주
2018 10_ 사랑은 지성임을, 파리 그 길 위에
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