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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Jan 25. 2019

피렌체, 붉고 뜨거운 사랑의 시절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머무는 동안 매일 같은 길을 걸어 올랐다. 숨을 거칠게 골라 쉬며 정상에 서면 거기에 내가 있었다. 제각각의 사랑이었다. 외로움에 사무친 그리움에 서글픈 사랑에 벅찬 이별에 아픈, 갖은 모양의 사랑이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까닭에 온 맘으로 모든 애틋함을 껴안았다.


오늘이 행복할수록 지난 불행들이 선명해졌다. 아니 실은 불행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이어져 오지 못한 연을 모두 불행했다 여기고 싶진 않으니 그저 거기까지였던, 지금은 안부도 모르는 당신들 생각이 났다. 나만 행복해서 미안해. 사과하며 살게 될 줄 몰랐다. 이러려고 그렇게 도도하게 기약 없는 안녕을 고했던가. 그래도 나의 행복을 소원해 줄 사람 하나쯤은 어딘가 있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해가 지는 피렌체 풍경 속을 매일 두어 시간씩 서성였다. 내도록 해질 녘 바람은 차갑고 슬프고 지는 해는 매우 붉고 뜨거웠다. 그 공기에 머물며 누군가는 여전히 애틋한 시절의 나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2018 10_ 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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