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스노클링 중 나에게 화난 이유
"늦었어, 여보! 빨리 가자, 어서!"
점심 식사 전, 나른한 휴식을 깨우는 나의 재촉은 우리 부부에게 익숙한 아침 풍경이 되었다. 첫날 묵었던 비치빌라 앞바다에는 매일 아침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특정 구역에만 사람들이 오리 떼처럼 몰려들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고개를 박고 있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저 사람들은 대체 왜 남의 숙소 앞에 저렇게 몰려드는 걸까?'
궁금증은 담당 버틀러의 한마디로 풀렸다.
"매일 오전 11시쯤, 그곳에 '그들'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바로 그 무리에 합류했다.
몰디브에 오기 전부터 내 버킷리스트 1순위는 명확했다.
바다거북이를 만나는 것.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함께 수영까지 할 수 있다니 정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곳은 리조트가 숨겨둔 가장 은밀한 약속 장소, 바로 거북이가 출근 도장을 찍는 공식 스팟이었다.
"거북이와 함께 꼭 헤엄칠 거야.
그러려고 수중 환경이 최고라는 리조트를 고른 거니까."
나는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유난을 떨었다.
리조트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무료로 빌려준다고 했지만, 후기들은 하나같이 경고했다.
"입에 닿는 건데, 개인 장비 필수!"
인터넷 최저가보다는 성능 좋다는 풀세트 장비까지 구매했다. 문제는 부피였다.
제한된 캐리어 용량 안에서 장비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결국 데이터 백업용 외장하드가 희생양으로 남겨졌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다.
생전 처음 신어본 오리발은 상상보다 훨씬 길고, 무겁고, 낯설었다.
빌라 데크에서 처음 착용했을 때, 발목에 묶인 거대한 지느러미 때문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이거 신고 제대로 걸을 수는 있는 거야?"
남편의 웃음 섞인 우려를 뒤로한 채, 나는 오리발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바다로 향했다.
물속으로 들어간 순간, 세상이 달라졌다.
육지에서는 족쇄였던 오리발이 물속에서는 날개가 되었다. 발끝에 힘을 주어 물을 가를 때마다 몸이 쑤욱 나아가는 쾌감. 몰디브 바다의 일원, 아니 거의 인어에 가까운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서투른 오리발질로 수면 아래를 열심히 헤엄치며, 나의 버킷리스트인 거북이와의 만남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완벽한 준비가 바다 한가운데서 어떤 코미디 같은 재앙으로 변할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투자라면, 단연 몰디브의 수중 풍경을 담아낼 고성능 카메라인 오즈모 포켓 3였다.
비싼 방수팩까지 맞춤으로 입혔건만, 적도의 바다는 무자비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방수팩 안으로 야속하게 바닷물이 침투한 것이다.
카메라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먹통이 되었다.
그동안 거북이와 유영하며 기록한 모든 영상은 백업조차 되지 않은 채 싸늘하게 식어버린 기계 속에 갇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SD카드를 살려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매일같이 본 거북이였건만, 내 손엔 그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 남지 않았다.
"이대로는 못 가. 오늘 무조건 거북이를 다시 찍어야 해."
마지막 날 아침, 나는 투지를 불태우며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날따라 약속 시간인 오전 11시가 훨씬 지날 때까지 찾아다녔지만 거북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평소와 다른 곳에서 기적처럼 낯선 거북이가 나타났다.
평소 촬영을 전담하던 남편에게 맡길 여유도 없었다.
신혼여행의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집착에 눈이 먼 나는, 카메라 렌즈 속 거북이의 등껍질에만 모든 의식을 집중한 채 거칠게 추격했다.
결국 거북이는 거대한 산호초 속으로 숨어버렸고, 나는 허탈함에 몸을 띄워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남편을 찾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긴박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Hey!"
그리고 익숙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사람을 그렇게 발로 치면 어떡해?
저 사람 황당해하는 거 안 보여?"
남편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나는 거북이를 쫓겠다는 일념 하나로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를 오리발로 헤집고 다녔고, 그중 한 외국인 여성을 쳤다고 한다. 언짢은 표정으로 소리친 그녀의 경고와 남편의 다급한 부름을 모두 무시한 채, 나는 무례한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뒤늦게 당황하며 그녀를 향해 "I'm sorry, I'm so sorry"를 연발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사과를 싸늘하게 무시한 채 짜증 섞인 표정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가버렸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바다 위에는 민망할 만큼 고요한 정적만이 남았다.
방금까지 거북이를 쫓던 나의 거친 숨소리는 이제 수치심 섞인 한숨이 되어 몰디브의 투명한 수면 위로 흩어졌다.
마흔의 신혼여행은 모든 순간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예의를 배우는 과정이란 것을 나는 그 차가운 외국인 여성의 뒷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어쩌면 기록되지 못한 것들이 더 영원히 남는 법인지도 모른다.
렌즈 너머로만 소유하려 했던 몰디브는 사실 오감을 다해 온몸으로 느껴야 할 거대한 선물이었다.
투박한 오리발로 바다를 휘젓던 나의 무례함조차 품어준 이 깊고 푸른 바다 앞에서 나는 비로소 욕심의 방수팩을 벗어 던졌다.
빌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말없이 내 젖은 어깨를 감싸 쥐었다.
고장 난 카메라 속에는 담기지 못한 우리의 마지막 거북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내 영상 속엔 존재하지 않지만, 그 녀석의 등껍질 위로 부서지던 햇살의 눈부심은 내 기억의 조리개 속에 가장 깊은 수치심과 함께,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사랑과 함께 영원히 저장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 마지막편으로 뵐게요, 따뜻한 금요일 밤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