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살기로 했다
"하아~ 며칠만 더 몰디브에 있고 싶다."
내 입술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그 말이 남편의 입을 통해 먼저 흘러나왔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담백하던 남편의 목소리에 이토록 짙은 그리움이 묻어날 줄은 몰랐다. 우리는 몰디브에서의 마지막 저녁,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천국에서의 퇴장을 함께 아쉬워했다.
이전의 에피소드들 외에도 달콤하고 선물같은 시간들이 가득했다. 허니문 특전으로 몰디브 바다 위 꿈결 같던 마사지의 시간.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있었고,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온몸의 긴장을 수면 아래로 침전시키던 마사지의 감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매일 아침 풀빌라 인피니티 풀의 수평선 너머로 차오르던 태양의 빛줄기도 생각났다. 세상의 끝에서 처음 피어오르는 듯한 그 경건한 아침의 숨결은, 부서지는 파도 끝에 걸려 우리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매일 아침 축복하듯 비추어 주었다.
그리고 특별했던 우리만의 플로팅조식. 푸른 수면 위에 부표처럼 떠오른 형형색색의 과일들과 코끝을 간질이던 진한 커피 향. 그 이색적인 풍경을 곁들여 남편과 나누었던 느긋하고도 사소한 대화들은, 비현실적인 풍요를 넘어 마흔의 우리에게 신이 허락한 가장 달콤한 성찬이자 휴식이었다. 이 모든 추억들을 가슴에 새겼다.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공항으로 향하는 보트를 타기 전 다시 한번 해변으로 나갔다. 며칠간 우리를 품어주었던 몰디브의 바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바다는 여전히 속 깊은 소다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파도는 마치 우리가 떠나는 줄도 모른다는 듯 무심하고도 다정하게 발등을 간질였다. 나는 그 투명한 물결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몰디브,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했다.'
따뜻하기만 했던 몰디브를 떠나 다시 돌아온 인천공항 밖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비현실적이던 소다색 바다는 회색빛 빌딩 숲으로 바뀌었고, 파도 소리는 묵직한 자동차들의 굉음으로 대체되었다. 꿈같던 시간은 끝이 났고 비현실적인 풍요가 머물던 자리는 다시 치열한 생활의 호흡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이마의 화상자국과 함께 몰디브를 새겨왔다.
우리가 어느 날 걱정에 짓눌려 영혼이 숨을 잃어갈 때, 잿빛 시간들이 끝없는 사막처럼 펼쳐질 때,
말없이 눈을 감는다. 그러면 천천히 밀려온다.
저 깊은 바닷속 유영하던 거북이의 고요한 눈빛이. 물살을 가르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던 그 느릿한 시간이.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녹아내리던 석양의 붉은 숨결과 우리를 다정히 불러 세우던 파도의 노래가.
힘들 때마다 우리는 그 바다를 한 모금씩 꺼내 마신다.
해먹 위에서 남편의 심장박동과 함께 들리던 오래된 팝송 한 소절을 꺼내고, 거북이를 놓치고 터뜨렸던 햇살 같은 웃음을 꺼낸다. 자연 속에서 기계와 멀어져 힐링했던 그 순간들은 지금 우리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별자리처럼 새겨져, 어두운 밤이 찾아올 때마다 희미하게 빛을 낸다.
이것이 마흔에 떠난 신혼여행이 우리에게 건넨 선물이었다.
천국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살기로 했다. 우리가 서로의 손을 꼭 쥔 채 그 바다를 함께 불러내는 한, 몰디브의 노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문다. 고단한 순간 바라보는 창문에도,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눈을 맞추는 그 순간 그 찰나의 틈 사이에서도, 그 찬란했던 석양은 영원히 지지 않을 것이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함께 몰디브를 여행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