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신 2

당신이 사랑하는 그것들은 당신이에요.

by 남몰래

안녕, 내가 쓰고 싶은 모든 편지의 수신인: )


당신의 편지를 읽고 또 읽어요. 훼손되지 않은 첫 마음의 투박함을 소중하게 받아요. 내가 있어 다행이란 말은 왜 그렇게 좋은가요?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말은 내 어디까지 내어놓게 할까요. 생활의 일을 두고 책으로 편지로 달아나는 일은 제 특기잖아요. 당신과 제가 닮은 그 마음 덕분에 우리가 여기 함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것은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일까요, 아니면 생활이 지겨워 도망치는 걸까요. 무엇이 됐건 그 세계를 모른 척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비극일까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글로 각자의 세계를 지켰어요. 그러다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고. 이 문장에서 저 문장으로, 저 문장에서 이 문장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서로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글은 대체 뭘까요? 나는 당신의 글을 붙잡고 더듬더듬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 마음에서 털실처럼 풀려나오는 문장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어요. 문장을 만지고 쓰다듬으며 깊어지는 마음은 당신에 대한 사랑인가요. 얼굴을 마주 보고 밥을 먹고 같이 길을 걷다가도 이렇게 글로 만나는 당신은 또 다른 사람. 제가 사랑하는 건 당신인가요, 당신의 글인가요. 당신과 당신의 글은 다른 사람일 수 있나요?


사람들은 왜 아름다운 글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걸까요?우리는 그들과 만나 몸을 섞어요. 시와, 음악과, 사람들과.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모르게 뒤엉켜 그 순간을 지내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나요? 그것들과 완전히 분리된 혼자인 나가 존재할까요? 언젠가 우리가 얘기한 과거에서부터 굴러온 눈덩이처럼. 글과 당신, 시와 당신, 좋은 사람들과 당신은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몰라요. 당신과 당신의 글은 다른 사람일 수 없어요.


오래 들여다보면 질리는 시를. 그 시를 생각하는 마음을 끝까지 붙들고 끙끙대는 당신을 봅니다. 왜 버리지 못하나요? 그 어느 부분이 이미 당신의 것이라 그렇습니다. 부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사랑하는 그것들은 이미 당신이에요. 그러니 더 꽉 껴안고 사랑을 해요.



_당신이 사랑하는 봄곰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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