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온윤, <중심 잡기>에서
천사는 언제나 맨발이라서 하얗고 보드라운 그 발을 한 번도 지상에 딛지 않았다. 땅을 밟아본 적 없는 여린 발. 천사가 걷는 모습을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 천사는 언제나 날아다니니까. 천사에게 발은 쓰임이 없다. 쓰이지 않은 새하얀 발. 천사가 천사인 것은 천사가 맨발이기 때문이다. 맨발이라 흙길도 아스팔트 위도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천사는 날아다닌다. 어느 날은 나뭇잎 위를 한 발씩 토독토독, 어느 날은 낙엽 위 폭신한 숲길 위를, 빗방울 웅덩이 흙탕물도 밟아 보고 싶었지만. 천사에게 그건 허락되지 않는 일. 천사는 왜 맨발일까. 신은 신발 대신 날개를 주었다. 날개가 있어 어디도 걸을 수 없다면 날개를 반납하고 예쁜 운동화를 신고 싶다고. 천사는 힘껏 발을 굴러 뛰고 걷느라 신발이 금세 더러워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천사는 맨발이라서 날개가 있고 날개는 천사의 상징이고. 사람들은 새하얀 털이 달린 날개를 부러워하지만. 천사가 부러운 건 새하얀 운동화. 쿵쿵 두 발로 덜 마른 시멘트 위에 남몰래 발자국 남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