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 <기다리는 사람> 에서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힘들면 때려 치우라고 말하고는 그냥 한참을 앉아 있었네. 회사 생활, 힘들다, 운다, 너. 모두 어려운 단어들 뿐이야. 나는 네가 울면 일단 울고 싶어지는데 회사 생활에 대해선 아는 게 없으니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네가 무슨 말이든 더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 너의 입에서 어떤 말이든 흘러나오기를. 그러면 졸졸 그 문장을 따라 나온 마음들의 무겁고 창백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텐데. 손바닥을 비벼서 차가운 그 얼굴을 따뜻하게 해줘야지. 울다가 지쳤을 테니까 미지근한 물도 한잔 마시게 하고. 그리고 그 문장들이 뜀뛰기를 하고 앞구르기를 하고 철봉에 매달려 아우성치는 모습을 붐비나를 흔들며 지켜볼거야.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그러면 얼굴이 좀 붉어지려나? 한참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먼지나게 쿵쾅거리던 걔가 좀 잠잠해지겠지? 그러면 아주 보들보들한, 고양이 털을 잠깐 빌려다 만든 것 같은 옷을 입고 너를 안아줄거야. 힘들었지. 힘들었겠다. 우는구나. 울어도 돼. 너구나. 내가 사랑하는 너잖아. 회사생활. 그게 뭐라고. 잠깐 영혼의 눈을 가려줄게. 그 사이에 얼른 다녀와서 저녁이면 나랑 고양이 티셔츠를 입고 데구르르 구르며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