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쓰기>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박성우, <또 하루>에서

by 남몰래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가을이구나 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여름 구름은 흔적도 없고 하늘은 파랗고 깊은 우물의 눈동자 같다. 중력을 거슬러 던져 올린 작은 돌은 깊은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면. 저 하늘을 향해 팔 대신 발을 뻗고 밀려드는 파도를 발로 툭툭 차면서 겅중겅중 가을 하늘을 걸어볼 텐데. 걸을 때마다 파란 잉크가 바짓단을 적실까. 물속을 걷는 두 개의 다리 휘적휘적. 열 개의 손가락 뻗어 나무의 정수리를 간지럽히는 동안.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고개를 들어보니 숨을 곳 없는 새가 부끄러운 날갯짓하며 긴 바다를 횡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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