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목소리가 사라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에서
목소리처럼 사라지고 싶었지. 안갯속을 걷고 있는 거야. 잡은 손이 누구의 것인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어. 앞은 흐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우리는 걷고 있어. 사라지기 위해 걷는 사람들처럼 나란히. 축축한 습기에 발은 시리고 뺨 위에 내린 눈이 녹을 때 나무 위에도, 담장 위에도 그것은 소복이 쌓이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사람들. 손금에 스미는 마음을 슬며시 닦아내고. 말을 잃은 수백 송이의 눈에 갇혀 흐려지네 우리 둘. 사라지네 목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