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쓰기> 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김소연, '촉진하는 밤' 첫 문장

by 남몰래

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너에게 배운 바대로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느라

밤을 새운다


그건 아마 전생의 일일 것이다


다섯 살 땐가, 여섯 살 때 엄마가 어린 너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후 자라면서 가끔씩 너는 그렇게 앓았을 테다 열이 나는지도 무언지도 모르고 엎드린 채 교실 한쪽에서 흥청거리는 대학가 뒤편의 작은 원룸에서 이미 누구를 돌볼 나이가 되었으므로 누구에게도 전화하지 못하고 펄펄 끓는 몸으로 혼자 밤을 새웠을지도 모른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물기가 열을 데리고 간대

내가 앓던 어느 밤에 젖은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아주던 너는 오래전

앓던 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나는

네가 앓았다는 소식을

앓고 나서야 들었다

앓을 때 너는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나는 너의 집을 몰랐으니까


열이 펄펄 끓는 너의 몸을

너에게 배운 바대로

젖은 수건으로 밤새 닦아주고 싶었다


따뜻한 콩나물국을 끓여 먹이고

붉은 뺨에 손을 얹고

젖은 베개를 갈아주고

손이며 발을 주무르면서

네가 앓았던 몸의 역사를 듣는 것


네가 태어날 때부터 흐르기 시작했을

너의 뜨거운 혈관 속으로

수백의 눈송이가 되어 뛰어들고 싶었다


그건 아마 다음 생의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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