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이 느린 물' 첫 문장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이런 시는 그만 쓰겠습니다>
무엇도 기다리지 않으려고 시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쓰고 보니 그건 구구절절한 편지에 지나지 않더군요 내가 당신을 얼음장 같은 차가운 곳에 세워둔 것 같아 내 발이 시렸단 이야기를 기어코 당신에게 하기 위한 편지 당신이 읽기를 기다리고 당신이 쓰기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겠다고 하고선 밤낮으로 기다리는 나를 당신은 너무 잘 알아서 당신은 얼어붙을 일 없고 내 시의 마지막 문장은 당신만이 쓸 수 있습니까 나는 내가 지겹습니다 기다리는 대신 얼음장을 깨어버리겠습니다 균열 없는 당신의 시는 무사합니다 그러니 이제 이런 시는 그만 쓰겠습니다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