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쓰기> 너는 들어오지 마-

김소연, '들어오세요' 첫 문장

by 남몰래

너는 들어오지 마-

말하진 않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이모, 하고 불렀는데 앵앵

여름밤 모기들에 내 소리는 흩어지고

문은 꿈쩍도 않는데 벨 누를 용기는 또 없어서


동네를 한 바퀴 걷다 다시 와도 좋겠어

여름밤은 기니까 부러 노래를 흥얼거리던

열일곱의 그림자는 골목을 따라 자꾸만 길어졌다


문밖까지 터져 나온 상점의 불빛들을 피해

어두운 곳을 골라 디디면서 그때부터

사람들의 그림자를 재기 시작했을까


문밖에 있는 사람, 문 앞에 서서, 어쩐지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작게 부르는 사람, 어두운 곳으로 걷는 사람. 그 사람의 발끝에 닿아 있던 작은 그림자


속으로 빛을 삼키는 초를 켜둔 내 안에

경계 없는 파도처럼 네가 들이쳤을 때

너를 어디에도 혼자 세워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은 너에게 각, 자,라는 말을 겨우 쓰고

나무 의자 외발이 절둑절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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