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들어오세요' 첫 문장
너는 들어오지 마-
말하진 않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이모, 하고 불렀는데 앵앵
여름밤 모기들에 내 소리는 흩어지고
문은 꿈쩍도 않는데 벨 누를 용기는 또 없어서
동네를 한 바퀴 걷다 다시 와도 좋겠어
여름밤은 기니까 부러 노래를 흥얼거리던
열일곱의 그림자는 골목을 따라 자꾸만 길어졌다
문밖까지 터져 나온 상점의 불빛들을 피해
어두운 곳을 골라 디디면서 그때부터
사람들의 그림자를 재기 시작했을까
문밖에 있는 사람, 문 앞에 서서, 어쩐지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 작게 부르는 사람, 어두운 곳으로 걷는 사람. 그 사람의 발끝에 닿아 있던 작은 그림자
속으로 빛을 삼키는 초를 켜둔 내 안에
경계 없는 파도처럼 네가 들이쳤을 때
너를 어디에도 혼자 세워두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은 너에게 각, 자,라는 말을 겨우 쓰고
나무 의자 외발이 절둑절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