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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GOD Oct 26. 2019

금연과 일기

18일차

08:41

오늘은 혼자 근무 서는 날.

쉬는 시간이 되면 혼자 여유롭게 담배 피는 상상을 했다.


여지껏 이곳에 글을 써오면서 계속 자기합리화가 상상했다는 둥 나쁜 생각이라는 둥 했는데...

어차피 내가 생각한거고 상상한거니까 뭔가 따로 분리해서 나와는 상관없다는 투로 구는게 이상한 것 같다.

담담하게 적어야지.


13:07

중간중간 흡연욕구가 올라오고, 담배를 사서 피는 구체적인 상상이 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반발심이 든다.

'아니, 담배 돈주고 사서 피면 뭐 어쩔건데? 어따 쓸라고 피는데?뭐더러 피는데?'

얻어서라도 피는 건 자제해야지.

당장에 타투해서 입은 데미지를 끝장나는 회복력으로 빨리 빨리 커버를 쳐야 운동을 하니까!


17:35

현우한테 진지하게 체육관 하나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이번으로 치면 세번째.

워낙 나도 운동을 좋아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자연스럽게 담배를 찾았다.

좋지않아....


가만보면 정말 겁쟁이 다 된 것 같다.

일단 해보자! 아님말고!

이런 정신이 언제부터 사라진걸까.

지켜야하고 유지해야할 것들이 생기니 괜히 걱정만 앞서간다.

사실 선택지는 없다.

보안일을 오래할 것도 아니었고,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고 있던 찰나였으니까.

내심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안해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아버지를 보면서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그건 내가 이 일 저 일 해보면서 망한 업체들을 보면서 더 커진 것 같다.

부담이 있는건 사실이다...


20:01

형 만나서 고기 먹었당.

나쁜놈들이 더 잘 산다는 얘기하다가 나온 단어가 있다.

악선징선.

권선징악은 없다.


00:49

머리가 굵어지면서 점점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거절'이다.

배려하든, 돌려말하든 상관없이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거부할 줄 아는 권리. 거절이란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나 스스로에게 권하는, 나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소리에 대해서 거부해본 적이 있는 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담배를 권하는 나 자신에게 거절.

늘어지자고 말하는 나 자신에게 거절.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거절의 권리를 나에게는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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