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의 그림
그날
당신이 내게 왔다면
나는 죽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한다 하여도
숨이 멎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당신이 날 안다 하여도
언젠가 사라질 목숨이었다
갈라진 틈으로 체액이 빠져나간다
눈물이 마르니 염증도 가라앉고
심장이 멈춘 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세상에 없던 주문(呪文)을 조각하며
사라진 팔로 이슬을 받는다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가리고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내가 없는 것처럼
당신이 오기로 한 길 끝에서
잉태되지 않은 신호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