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나의 시, 나의 그림

by 록시
나는 사라진다, 저 우주 속으로



장승


그날

당신이 내게 왔다면

나는 죽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기억한다 하여도

숨이 멎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당신이 날 안다 하여도

언젠가 사라질 목숨이었다


갈라진 틈으로 체액이 빠져나간다

눈물이 마르니 염증도 가라앉고

심장이 멈춘 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세상에 없던 주문(呪文)을 조각하며

사라진 팔로 이슬을 받는다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가리고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내가 없는 것처럼


당신이 오기로 한 길 끝에서

잉태되지 않은 신호를 기다린다

작가의 이전글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