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부터 견적까지 내본 썰 풀어드림
prologue
사업 규모가 작고 디자이너가 나 혼자였을 땐 스톡 이미지가 크게 필요 없었다. 중간중간 '스톡 이미지를 구독해 보자!'라는 내부적인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었다. 스톡 이미지 퀄리티는 무료 이미지에 비해 훨씬 때깔이 곱다. 전문적이어서 신뢰가 간다. 일러스트나 아이콘도 고급지고 세련됐다. 하지만 비용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직원이 100명이 조금 넘어가는 시기여서 비용 산정이 꽤 컸다. 내부적으로 '조금 더 버텨보자'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은 디자이너가 더 늘어나고 사업이 많이 확장되어서 더 이상 무료 이미지로는 감당이 되질 않았다. 이미지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무료 이미지를 찾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허비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비효율적인 업무가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스톡이미지 구매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주니어 디자이너들도 수긍했다. 내부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디자인 파트 리더의 옆구리를 찔러 니즈를 상부에 보고하게 했다. 스톡 이미지 사이트 비교 임무가 떨어졌다. 원래 귀찮은 일은 팀장이 맡는 거지만 팀장은 디자인 쪽에 전무하니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내가 알아보기로 했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 건지? 다른 디자이너들은,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시작한 거지? 도대체 삽질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 거지? 상업용 무료이미지 사이트 정보는 많은데 유료 스톡이미지 사이트 견적이나 비교는 전무했다. 일단 어떤 사이트가 있는지 파악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파악하는지부터 시작했다.
장점
- 스톡이미지 중 제일 큰 상업용 이미지 사이트. 제일 큰 만큼 방대한 자료.
-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톡 이미지 사이트인만큼 퀄리티가 좋음
- 세트로 구성진 방식이 많아서 일관성 있는 아이콘 구성이 좋음
- 검색 기능이 좋아 사용자 친화적임.
단점
- 해외 사이트다 보니 국내 이미지와는 결이 안 맞는 경우가 있음.
- 가격이 비쌈. 스톡사이트 중 제일 비쌈.
장점
- 셔터스톡을 견제하기 위해 론칭한 사이트다 보니 셔터스톡보단 가격이 합리적임
- 자사용 플랜과 납품용 플랜 가격이 동일
- 해외이미지 국내이미지등 구성이 조화롭다고 함(카더라;)
단점
- 셔터스톡보단 볼륨이 작음, 특히 3D icon 같은 트렌디한 리소스에선 한계가 있음
##여기서 잠깐, '게티이미지프로'와 '게티이미지뱅크'의 다른 점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까 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려볼까 한다.
구글에 게티이미지로 검색하면 게티이미지뱅크 링크가 제일 먼저 노출된다. 게티이미지뱅크는 주로 일반 사용자 및 소규모 비상업적 목적을 위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이미지를 제공하며, 블로그, 소셜 미디어, 개인 웹사이트 등을 위한 이미지를 포함한다. 무료이미지 제공을 위한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기업용으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면 검색창에 아이소메트릭 트럭이라고 검색하면
무료이미지(0)이라고 나오면서 ‘게티이미지프로’로 유도하는 화면이 나온다. 그래서 기업용으로 사용하려면 무조건 게티이미지프로를 통해 견적을 받으면 된다. 견적담당자님도 프로나 뱅크나 아이스톡이나 같다.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나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장점
- 저렴한 가격
- 다양한 가격대와 라이선스 옵션을 제공하여 더 유연한 선택이 가능
단점
- 타 사이트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리소스 볼륨
장점
- 국내에서 가장 큰 상업용 이미지 사이트
- 국내 정서와 디자인 결이 잘 맞음
- 의료 쪽과 국내 풍경 사진 이미지가 퀄리티가 좋음
- 가격이 합리적임
단점
- 국내 사이트다 보니 국내 정서에 특화되어 있는 게 한계.
- 프로모션 이벤트 이미지 위주, 아이콘 쪽은 자료가 적음
장점
- 홈페이지 템플릿, 목업 등 레디메이드 디자인 많음
- 비디오, 음원 등 영상편집용 리소스가 많음
단점
- 사진이나 아이콘, 일러스트 리소스는 양이 현저히 적음
사이트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회사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디자인 리소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견적을 받아보면 된다. 사이트에서 노출되어 있는 가격과 실제 가격은 차이가 날 수 있으니 꼼꼼히 따져보고 견적서를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국내 사이트의 경우 최초 회원가입 할인도 받을 수 있고 네고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바로 결제하기보단 견적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이제 가격을 알아봐야 한다. 팀 플랜과 기업용 가격은 또 다르다. 기업용 가격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으니 메일이나 전화로 하는 게 가장 빠르다. 나 같은 경우엔 셔터스톡과 게티이미지, (총괄팀장님 요청으로) 어도비스톡, 클립아트코리아, 4곳에 견적요청을 보냈다. 전화는 무서워서 처음엔 메일로 보냈다.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형성된 뒤엔 전화로 소통했다.
게티이미지프로와 아이스톡 같은 경우엔 견적메일을 요청했는데 답장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게티이미지와 아이스톡은 같은 회사여서 담당자도 같았다). 아무래도 외국계 회사라 담당자를 배정받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며칠 뒤, 담당자를 배정받았는데 그 뒤로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어도비스톡도 크레딧 시스템이어서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난감했다. 크레딧 제도는 영상엔 몇 크레딧 차감, 이미지엔 얼마, 음원엔 얼마, 로 해서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게 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어느 팀에서 어떤 리소스를 얼마만큼 쓸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영상팀에서 영상소스를 많이 쓰게 되면 디자인팀에선 이미지 소스를 다운받는데 한계가 생기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클립아트코리아 같은 경우엔 자사에서만 쓰일지, 다른 곳에 납품을 하는 건지에 따라서 또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하게 견적을 받아야 한다. 참고로 납품은 본인 회사에서 가공을 해서 제3의 회사에 다시 돈을 받고 파는 것이 납품이다. 우리 회사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냥 '자사용'이라고 견적서 요청을 했다.
Epilogue
결론적으로 우리 회사는 게티이미지로 계약을 했다. 개인적으론 셔터스톡을 쓰고 싶었다. 마케팅 비용으로 억 단위를 사용하는 회사라 내심 좀 비싼 리소스를 써도 괜찮겠거니 기대했었다. 1년을 쓰는 건데 그 정도 비용은 사실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차선책으로 게티이미지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3배 차이가 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비용 산정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견적을 내보는 경험도 해보고 네고(?)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은 경험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쯤에서 마무리해본다. 궁금한 건 댓글 남겨주시면 최대한 아는 선에서,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답변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