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소한 이유
보통은 퇴사를 결심하는데 나는 퇴사를 안 하기로 결심하니 좀 의아할 것이다.
팀장에서 팀원으로 밀려난 후,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으니 몸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왔는지 건강만큼은 자신 있던 사람이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파서 그런가 자꾸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하루하루를 눈물로 버티면서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디 더 좋은 데가 없나 채용 공고를 훑어보았다. 갈 땐 가더라도 리더급으로 가야지. 여기서 못다 한 꿈을 다른 곳에서 펼쳐야지. 원대한 나의 꿈을 어디서 펼쳐봐야 하나, 하며 꼼꼼히 채용 공고를 훑어보던 때였다.
백엔드팀 J가 내년에 새로운 동호회를 만든다는 얘기를 했다. 그 얘기로 물꼬를 텄다가 그때쯤엔 퇴사할지도 모르겠다고, 미안하지만 동호회 가입은 못할 수도 있겠다고 넌지시 얘기를 했다. 워낙 믿고 지내는 사이여서 그에게만 얘기를 했는데 J가 퇴근하면서 조그마한 뭔가를 건네주고 갔다.
뭐지? 하고 봤더니...
메타몽 피카츄였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피카츄 메타몽이다.(구분을 못한다면 그대는 포알못)
그 메타몽은 나에게 엄청난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고 나는 좀 더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메타몽은 여전히 나의 수호신이 되어주고 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나는 현재 팀리더와 관계성이 좋아졌고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는 의지가 생겼다. J의 메타몽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어땠을까.
사실 별거 아닌 거에 우리는 위로를 받고 버틸 힘을 얻는다. 동료의 작은 말, 작은 행동, 작은 관심, 따뜻한 위로, 따뜻한 말들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큰 힘이 되어준다.
그래도 여전히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그때의 일을 얘기할 때면 눈물이 쏟아진다. 오늘도 퇴사할 뻔(?) 한 동료를 붙잡고 이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쏟아냈다. 그 동료는 왜 점심을 먹지 않냐는 내 관심이 고마웠다고 했다. 잘 그만둔다고, 더 좋은 회사로 갈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격려가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 동료도 결국 팀을 옮기면서 좀 더 버티기로 했지만 말이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지만 지나가는 그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동료가 옆에 있기에 지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주면서 같이 지나갔으면 한다. 하루 버티면 일주일 버티고, 일주일 버티면 한 달, 세 달, 일 년, 삼 년이 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 퇴사할 뻔 한 동료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21세기의 최고의 아이템(?)은 존버가 아니겠냐고. 동료에게 따뜻한 관심으로 오늘도 존버하는 하루를 살아냈으면 좋겠다.